서울시는 19일 밤 이례적으로 물가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공개가 원칙인 회의를 언론에 미리 공개도 하지 않은채 굳이 야밤에
개최한 속사정이 무엇인지 시민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혹시 버스업자들을 봐주기 위해 심야회의로 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이는 그만큼 버스요금을 둘러싼 시정의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을 뜻한다.

버스문제는 시공무원들이 버스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아왔다는 비리가
드러나면서 도마위에 오른 핫 이슈다.

그래서 조순 시장을 비롯한 시간부들은 비리로 얼룩졌던 버스문제만은
절차를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누차 천명해 왔던 터였다.

그런데 심야에 요금 인상을 결정함으로써 버스문제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또다시 부풀리게 하는 악수를 두었다.

장고끝에 악수가 나왔다고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게다가 시가 제시한 인상요인도 명쾌하지 못하다.

시는 지난해 승객 1인당평균 적자액 34.6원과 지난 3월26일 시내버스
노사간 합의된 임금인상분 17.4원, 버스카드 소요비용 1.9원 등 53.9원의
요인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간 요금실사 결과에 대한 공청회 등을 통해 제기됐던 시민들의
요금인하 여론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공청회 등을 요식행위로
만들었다.

또 비리사건 전에 해오던 방식인 공인기관의 원가분석도 없이 지난해
요금인상이 적정했는지를 따졌던 요금검증위원회의 자료만을 인상의 근거로
삼아 투명성과 객관성에 대한 상처를 입게 됐다.

특히 현금 승차시 4백50원을 받게 한 것은 버스카드정착을 통해 검은 돈의
유출을 막아보겠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편을 들어 줬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지난해에도 현금승차시 10원을 추가해 받도록 했다가 시민들의 저항으로
철회한 전례를 봐서도 현금 사용의 댓가로 20원을 더 내도록 한 발상은
행정만능주의로밖에 볼 수 없다.

10원짜리 동전이 귀해 현금승차시 20원을 더 내도록 했으며 5백원을 내는
시민에겐 50원을 거슬러주겠다는 설명엔 기가 찰 따름이다.

남궁덕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