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와 이렇다할 인연이 없는 올해 90세된 호현호 (서울 마포구
동교동 149의10)씨가 평생 모은 전 재산을 19일 고려대에 기증했다.

오씨가 "교육장학 사업에 써달라"며 내놓은 재산은 현금 10억원을
포함, 동교동 자택 (대지 93평)과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소재 5필지
대지 6백40평 (시가 26억원 상당) 등 모두 36억원 상당.

오씨는 6.25때 평양에서 월남한 실향민으로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
철재업에 몸담아 오늘과 같은 재산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오씨의 재산기증 과정에서 특이한 것은 그가 스스로 학교를 찾아와
재산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는 점.

지금까지 많은 기증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학교측과 관계가 있는
관련이 있는 인물들이거나 학교측에서 기증을 해달라고 해당자에게 먼저
부탁해 성사되곤 했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오씨는 "보람있는 일을 찾던 중 "바른교육.큰사람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고대에 재산을 기증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 고대 본관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홍일식 총장은
"요즘같이 척박한 시기에 이처럼 훌륭한 분을 만나게 돼 무척 감동적"
이라며 "오씨의 숭고한 뜻을기려 장학기금을 설치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