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구속은 현직대통령 아들이 저지른 권력형 비리를 대통령 재임
기간중 사법부의 심판대에 세웠다는 점에서 검찰권 행사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예정된 수순에 따른 것이지만 끊임없이 불거져 나온 정치권의 외압을
이겨낸 것은 국가 형벌권 확립차원에서 상당한 진척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특히 검찰이 알선수재혐의외에 조세포탈혐의까지 적용한 것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지와 함께 이미 관행으로 정착된 대가성없는
정치자금에 대해서도 철퇴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백여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치밀한 돈세탁과정 자체가 곧 세무당국을
세원추정 불능상태에 빠뜨려 세금을 포탈하려는 적극적 범죄행위에 해당
한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수사결과 현철씨가 대가성이 없이 받은 금액 33억원에 대한 추징세액은
무려 13억5천만원.

탈세에 대한 법정형량은 5년이상의 징역형으로 특가법상 알선수재의
최고형과 맞먹는다.

법원이 검찰의 판단을 존중해줄 경우 현재 떡값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온
검은 거래를 처벌할 새로운 무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검찰에게 남은 과제는 정태수리스트에 오른 정치인 33명과 전 청와대
경제수석및 전현직 은행장들에 대한 처리.

대선자금문제는 정치권에서 뭐라고 이야기하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검찰이 내린 최종결론이다.

다만 현철씨 비자금의 상당부분이 대선자금 잔여금으로 확인된 만큼 이를
전체적인 대선자금 규모와 어떻게 분리해 처리하는가가 기술적인 문제로
남는다.

현철씨가 관리해온 대선자금의 내역만으로도 전체 대선자금규모에 대한
역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현철씨가 기업인들로부터 받은 돈중 일부를 지난 4.11총선직전 정세
분석을 위한 여론조사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국정개입의혹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해답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대검의 수사관계자는 "전체 규모와 조성경위에서부터 출발해야만 할 대선
자금에 대해 검찰이 지금 당장 수사권을 발동시킬 수는 없는 상황아니냐"
면서도 "가까운 장래에 정권이 교체되고 대선자금이 새로운 쟁점이 된다면
앞일을 예측하기는 어려운 일"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절대수사불가의 입장을 견지해 오던 검찰이 "시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탄력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더구나 여론은 이미 현철씨 개인비리보다는 대선자금으로 이어지는 한보
특혜비리의 몸통규명쪽에 관심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검찰이 기소전까지 현철씨를 상대로 벌일 보강수사과정에서도 "앞만 보고
가는 수사"를 벌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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