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건설공사와 기업인수합병 등이 활발해지면서 주민들의 재산권
이나 기업들의 경영권 등과 관련한 가처분신청이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16일 서울지법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4월말 현재 가처분신청건수는 모두
2백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42건보다 62%가 늘어났다.

이 가운데 재산권을 침해당한 주민들이 낸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이 31건
으로 가장 많았으며 <>특허권 상표도용 등 지적재산권 관련 27건 <>기업인수
합병 관련 24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분쟁당사자들이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고 법원의 합리적
판단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려는 새로운 양상으로 풀이된다.

특히 행정기관에 대한 민원제기가 복잡한 절차 등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 비해 비교적 단기간내에 심리가 이뤄지는 점도 가처분신청증가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사는 주모씨는 지난달 25일 서울지하철
6호선 공사구간의 일부가 보상용 도면과 다르게 건설되고 있어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해당구간 지하철공사를 아예 중지시켜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특히 올들어 기업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면서 지난1월과 2월 한화종금
경영권분쟁과 관련한 신청건수만 11건이 제기되는 등 경영권과 관련된
가처분신청도 24건으로 전체의 10%가량을 차지했다.

특허권이나 상표도용 등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무형의 재산권을 침해당한
기업들이 제기한 가처분신청도 예년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밖에 사단법인이나 비영리단체의 내부분쟁도 가처분신청을 통한 해결
방식으로 바뀌는 양상을 보여 이들 단체 소속원들이 대표자의 직무집행을
정지시켜달라거나 무효화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이 26건에 이르고 있다.

과거 이들 단체들은 몇년씩 걸리는 민사본안소송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법원관계자는 "가처분신청 증가추세는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의식수준이
향상됐음으로 반영하는 것"이라며 "효율적인 사건심리를 위해 만들어진 이
제도가 지나친 사적 권리보호에 남용되는 사례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심기.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