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누드모델로 뜬 한 재미교포의 귀향을 놓고 일부 신문 방송에다
PC통신까지 신드롬이랄 정도로 시끌벅적하다.

신문가판대를 장식하는 가십성 신문이나 선정성잡지들이 연일 대서특필
해대는 것은 워낙 그렇겠거니하고 넘어갈 수 있겠다.

명색이 밖으로 열린 경제와 사회를 지향한다면 이정도야 문제될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영TV까지 모시기경쟁에 나서고 청소년층을 노린 것이 뻔한
팬사인회까지 열리는 것은 저질 상업주의의 표본이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주인공은 인터넷과 플레이보이지 누드모델로 이 방면의 국제시장에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고 한다.

서양인들과 알몸 경쟁에서 한국인 여성으로 이만한 성가를 쌓았으니
상업적 가치는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청소년들의 공부방까지 침투하는 미국의 포르노
영상을 질타했던 것이 엊그제였는데 그녀에 대한 열광은 정도를 넘은 것
같다.

일부에선 여성의 몸을 아름답게 알리면 예술이라고 강변하기도 하지만
서양사회에서도 아직 플레이보이지를 지하철이나 비행기안에서 거리낌없이
펼쳐드는 사람은 드물다.

플레이보이지가 이런류의 잡지들중에선 점잖은 편이지만 포르노의 범주에
드는 것은 틀림없다.

인터넷 음란물은 본산지인 미국에서도 청소년 교육에 심각한 장애물로
지목돼 차단장치개발에 부심해왔고 작년 앨고어 부통령의 언명으로
텔레비전의 포르노성 영상이나 폭력적인 장면을 미리 삭제할 수 있는
특수칩이 개발되기도 했다.

이런 판국에 미국에서 성공,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다고 해서 인터넷
포르노방과 플레이보이지의 단골모델을 공영 텔레비전까지 나서서 부각시키는
것은 난센스다.

그녀를 LA의 박찬호나 나고야의 선동열처럼 세계화시대 한국을 빛낸
인물의 반열에 놓는 것은 아무래도 낯간지러운 짓이다.

이승희신드롬을 세계화시대랍시고 미국에서 잘나가면 무턱대고 멋있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촌스럽게 튀는 사람들이 빚어낸 해프닝쯤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 요란스러워서 하는 말이다.

이동우 < 국제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