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에 이어 어버이날 스승의 날로 이어지는 가정의 달이 자녀사랑,
효도와 감사의 과시를 강요하는 상혼으로 멍들고 있다.

어버이날을 앞둔 7일 서울시내 주요 백화점에는 비오는 날속에서도
어버이날용 선물을 사러 나온 인파 및 차량으로 붐볐으나 일부 매장에서는
지나친 고가의 선물세트를 "효도상품"으로 내놓고 있어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강남의 한 백화점 화장품코너는 프랑스산 시슬리화장품의 로션과 영양크림
등 4종의 화장품을 담은 어버이날 선물셋트를 53만6천원에 팔고 있다.

이 백화점의 수입잡화코너는 50만~80만원짜리 프랑스산 카르티에 핸드백과
23~36만원하는 지갑을 효도상품이라며 진열해놓고 있다.

명동의 한 백화점 건강식품코너역시 카네이션무늬로 장식해놓은 호주산
로열제리원액 1kg짜리를 39만5천원에 팔고 있다.

인근의 또다른 백화점에서는 한달 전만에도 5~10만원선의 제품을 주로
팔던 여성용블라우스코너에서 어버이날특수를 맞아 이보다 2배이상 비싼
15만원내외의 블라우스를 주종상품으로 진열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불황을 반영, 비쌀수록 잘 팔린다던 강남의 백화점에서조차
고가의 선물세트의 경우 가격을 확인해보고 돌아서는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주부 김현옥(33.서초구 방배동)씨는 "양가부모님 모두 검소하셔서 비싼
물건을 사면 오히려 꾸중하시지만 30만, 40만원짜리 "효도상품"아래에
진열된 3,4만원짜리 물건은 마치 "불효상품"인것 같아 사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부모와 장인장모선물을 사러 나온 S화재의
최모과장(38)은 "어린이날에 이어 어버이날 스승의 날로 이어지는 5월은
직장인들에게 신춘궁기"라며 "경제가 어려운데도 자녀사랑, 효도, 감사의
과시를 강요하는 듯한 백화점의 상술에 씁쓸하다"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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