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안전진단 결과가 알려진후 건설공사를 총괄하고 있는 고속
철도건설공단과 관련업체간에 책임전가가 한창이다.

부실시공에 따른 책임을 둘러싸고 공단과 시공업체, 건설업체와 설계회사
간 발뺌 경쟁이 불붙은 것.

공단측은 안전진단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사 책임자로서 잘못을 통감
하지만 구조물에 대한 부실 시공책임은 어디까지나 시공회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건설회사와 현장 근로자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면서 펄쩍 뛰고
있다.

"발주처인 고속철도건설공단의 감독아래 설계회사의 시방서대로 공사를
했어요.

잘못된 것이 있다면 당연히 이들이 책임을 져야죠"

경부고속철도의 첫번째 기착역인 천안역 인근의 충남 아산시 응봉면
산동리 산동1교 건설현장 책임자인 H건설의 P이사는 재시공 비용을 시공사가
부담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흥분했다.

현장 근로자들도 불만에 가세하고 나섰다.

"교량중 문제가 된 라멘교 시공기술은 일본에서 들여왔는데 1년뒤 차량은
프랑스산 TGV로 결정돼 수차례나 설계가 변경됐어요"라는 볼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무부서인 건설교통부는 안전진단 결과 발표를 공단에 맡겨둔채 발을
빼고 있다.

특히 조사결과에 따른 추가소요 비용이나 책임문제 등에 대해 일절 입을
다물고 있어 발뺌수준이 상당하다는 비아냥을 받고 있다.

정부나 공단이나 시공업체 모두가 "네탓" 타령만 하고 있는 것이다.

경부고속철도 건설에 이미 2조원 가량이 투자됐고 공정률이 15%선에 이른
마당에 공사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때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새출발을 위해서도 가릴 것은 가려야 한다는게 시민들의 목소리다.

"경부고속철도는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사업이 아닌가"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인한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