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수사조기종결압력과 김수한 국회의장의 소환여부를 둘러싼
검찰과 정치권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정치권수사가 당초
진상조사차원에서 적극사법처리방침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져 15일
대검찰청 주변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정치권의 김의장 소환조사에 대한 반발과 관련, 검찰관계자는
"국회의장이든 현역 실세든 전직 의원이든 수사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소환일정이 잡히는 시점까지는 누구라도 확인을 거부하지만 어차피
수사결과가 공개될것이니 숨길 것도 없다"며 결연한 수사의지를 강조.

이 관계자는 또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예우를 배려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되겠지만 그 만큼 김의장도 정치적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될 것"
이라며 수사방식에 대해 크게 개의치않는 모습.

또 다른 검찰관계자는 "처음 정치인 소환을 시작할때 비공개 소환의
여지를 남겨뒀지만 비공개 소환이 곧 본인의 비도덕성을 반증하는
상황에서 누가 비공개조사를 원하겠냐"며 김의장의 공개소환 거부에
대해 명분이 없는 행동이라는 의견을 간접 피력.

<>.이날 오전 검찰에 출두한 오탄 전의원은 9시간 30여분간 조사를 받고
이날 오후 8시20분께 귀가.

오 전의원은 "지난 94년 4월 이용남 전한보철강 사장으로부터 단 1차례
1천만원을 받았다"며 금품수수사실을 시인했으나 "단순한 후원금으로
대가성은 전혀 없었다"며 자신의 "결백"을 강조.

<>.오 전의원에 이어 노기태 신한국당의원도 지금까지 검찰에 소환된
정치인중 가장 짧은 시간인 7시간여만에 귀가.

노의원은 "지난해 총선 보름전쯤 대학선배인 김종국씨로부터 1천만원을
받았다"며 돈 받은 사실을 순순이 실토.

노의원은 이어 "당시 김씨가 한보그룹 재정본부장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한보돈이 아니라 선배가 주는 순수한 정치자금이라 생각하고
받았다"며 "사실 여기 올 이유가 없지만 협조한다는 차원에서 나오게
된 것"이라며 당당한 모습으로 검찰문을 나섰다.

<>.검찰 조사 12시간만인 이날 오후 9시40분께 대검찰청 1층로비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 신한국당 하순봉 의원은 "정씨와는 동향선후배사
이로 지난해 총선직후 정씨로부터 지역 숙원사업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준 5천만원을 받았다"며 금품수수사실을 시인.

하의원은 이어 "정씨가 검찰에서 당선축하금 명목으로 돈을 줬다고 말해
진술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결국 모든 의혹이 소명됐다"며 대가성이
없었음을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전달경위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

<>.이날 소환된 4명의 전현직 의원중 마지막으로 검찰청을 나선 박희부
전민자당 의원은 "나중에 검찰조사 결과가 나올 때 확인 될 것"이라고
말해 돈을 받은 사실을 간접 시인.

<>.김상희 수사기획관은 "박승규 한보문화재단 이사장이 검찰조사에서
정태수씨로부터 받은 돈 3천만원을 김윤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했으나 김의원은 박이사장과는 돈을 받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며
돈 받은 사실을 부인했다"고 전날 상황을 설명.

김기획관은 "현재 잠적상태인 박이사장의 신병이 확보되는 대로
대질신문을 벌이겠다"고 밝혀 김고문을 재소환할 방침임을 시사.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