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앞으로 약간 숙이면 1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4번,
핸들잡은 오른손을 펴면 5번..."

경륜선수가 돈을 받은 관객에게 몸동작으로 우승 예상 선수의 고유번호를
알려주는 신호다.

이같은 사실은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15일 5백만원을 받고 경륜 경기 우승
예상선수를 미리 알려준 혐의로 구속한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사업본부소속
선수 김헌중(25)씨와 전경륜선수 김동희(34)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해 7월께 전직 동료 김동희씨의 소개로 경륜장 고객 박씨
등으로부터 "우승 예상자를 사전에 알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5백만원을 받은
뒤 잠실 경륜 경기장에서 같은해 9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우승 예상
선수의 고유번호를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륜사업본부는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선수들을 호텔 등에 집단투숙시키는
한편 경기시작 1시간 30분전에야 그들이 속하게 될 경기조를 통보한다.

문제는 경기시작 20분전 출전선수들이 몸을 풀때 발생한다.

연습운동을 할 때 일반인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고개를 위로 들거나 좌우로
돌리는 등의 몸동작을 이용, 우승 예상번호를 지목해주는 것.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와 7명의 심판들의 감시망도
무용지물이다.

김씨가 우승 예상 선수를 알려줄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이 집단 숙식을
해 기량과 당일 컨디션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륜 선수가 낀 부정행위가 적발된 것은 지난 94년 10월 잠실 경륜
경기장이 문을 연이래 처음이다.

< 김인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