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기술은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기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8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8회 한경 독서대학에서 자신의 저서
제목이기도한 "21세기를 위한 기술"을 주제로 강연한 야나기다 히로아키
(62) 일본 동경대 명예교수는 "테크노데모크라시"를 제창했다.

테크노데모크라시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과학기술자와 일반시민의
의견이 어우러져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기술제품"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열린사회"의 조성이 요체.

그가 테크노데모크라시를 제창하고 나선 것은 과학기술 그리고
과학기술자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소외감이 심화돼 "더이상의 기술개발은
필요없다"는 심리마져 돌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은 폐쇄된 전문가 집단의 논리에 의해서만 개발되어 왔습니다.

그 성과를 누려야할 시민은 갈수록 소외되고 상대적으로 기술에 대한
반감만이 증폭되고 있지요.

복잡하기 만한 첨단 기술제품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고통일 수 있어요.

기술과 시민 사이에 형성된 괴리의 골은 더이상 메울수 없는 지경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폭발할지 모릅니다"

그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민들은 정말 필요로하고 있는 기술제품이
무엇인지 강도 높게 요구하고 과학기술자는 이를 받아들여 기술개발하는
분위기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을 공개하고 중지를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환경보호운동과도 연결된다.

"첨단 기술제품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때문에 고장난 제품은
고쳐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버리게 되어 ''쓸모 있는 폐기물''이 쌓이게
되는겁니다"

간단 명료한 기술제품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고쳐가며 더이상 쓸 수
없을 때까지 사용하게 됨으로써 폐기물발생량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곧 "리사이클"이 아닌 "리유즈"란 환경보호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도 돈벌이에만 급급해 기술독점 환경아래서 별로 쓰이지도
않는 기능의 복잡하기만한 제품을 내놓는 전략에서 탈피해 기술의 덕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럴 때에만 21세기의 시장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