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판력 구문권 최고 등 일반인들이 잘 알 수 없는 한자나 일본어체의
법률용어가 쉬운 한자어나 순우리말로 바뀌게 된다.

또 민사소송에서는 "원고" "피고"라는 용어 대신 "제소자"와 "피제소자"
라는 말이 사용될 전망이다.

서울대 박갑수 교수가 8일 대법원으로부터 연구의뢰를 받아 마련한 "민사
소송법 순화안"에 따르면 형사소송과는 달리 단순히 상대방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상태인 "피고"는 일반인들에게 마치 유죄가 확정된 "죄인"이라는
인상을 주는 불합리성 때문에 "피제소자"로 바뀌고 "원고"라는 말도
"제소자"로 변경됐다.

공무소 제척 흠결 반소 수액 등 별로 쓰이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는 각각
공공기관 제외 흠 맞소송 액수 등 쉬운 한자어나 순 우리말로 바꿨다.

또 최고->독촉, 석명권->설명요구권, 구문권->질문요구권, 의제->여김,
소환장->출석요구서, 원격지->먼 곳, 기판력->구속력, 취하->취소,
가액->값, 당해->해당, 추심->챙기기 등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일본의 민사소송법을 직역한 듯한 일본어투도 뜯어고쳐 녹취를 녹음으로
바꿨으며 <>녹음대는 녹음테이프 <>직근은 바로 위 <>종국판결은 마감판결
<>가처분은 임시처분으로 각각 대체했다.

이밖에 거소(사는 곳) 기인한(말미암은) 병합(아우른) 이송(옮겨보내기)
송부(부침) 첨부(붙임) 위배(어긋남) 지체없이(곧바로) 환송(돌려받음)
교부(내어줌) 유예(미룸) 촉탁(일을 맡김) 신문(캐어묻기), 갱질(갈림)
보정(바로잡음) 쌍방(양쪽) 등 구태여 쓸 필요가 없는 한자말도 한글세대의
감각에 맞게 순 우리말로 고쳤다.

따라서 법원에서 기명날인란이라는 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눈치를 살펴야
했던 시민들도 앞으로 바뀌게 될 "이름을 쓰고 인장을 찍으시오"라는 말
앞에서는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게 됐다.

대법원은 순화안을 행정처차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민사소송법 순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