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도시 시내버스노조가 지난 24일 26일부터 파업에 돌입키로 결의함에
따라 서울시 등 해당 지차체에선 개인택시부제를 해제하는 등 파업에 대비한
각종 대책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노사문제를 해결해야할 노동부는 별다른 대책없이 엉뚱한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다.

공익사업장인 시내버스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당연히 이를 직권중재로
해결해야 하지만 아직 노동위원회가 구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파업이 불법파업인지 여부도 애매한 상태다.

새법에는 파업을 벌이는 노조는 반드시 조정신청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뒤 15일이 지나도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만 정당하게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이에따라 서울시내버스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조정
신청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질의했다.

답변은 "조정위원회가 없다"는 것이었다.

"날치기 노동법" 발효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노동위원회 위원들을
모두 해임한후 새로운 위원들을 위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노동부는 노조가 조정을 거치지 않고 파업에 들어갈 경우 이를
불법파업으로 보아야 하느냐 마느냐 고민중이다.

노동부는 현재 이를 불법으로 판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결재권자가 없어도 결재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억지
주장과 똑같아 앞으로 법해석상 논란의 소지가 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잉태한 "원죄"가 노동행정 파행을 낳은 셈이다.

노동위원회법 시행령개정안과 직제개편안을 미리 처리함으로써 행정공백을
예방하지 못한 정부측에도 잘못이 있다.

시내버스노조는 이번 파업이 "불법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새 노동법 어디에도 조정을 거치지 않는 파업이 정당하다는 구절은
없다.

그렇다면 신청을 받아줄 기구가 없는 정부가 잘못인가, 신청을 하고
싶어도 신청이 안되는 노조가 잘못인가.

지혜로운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김광현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