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을 복제해야 한다"

"이런 인간이 복제의 대상이 되면 절대 안된다".

대학은 물론 민간기업과 관가에서 "복제인간"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PC통신에도 연일 복제에 대한 찬반의견과 복제리스트가 뜨고 있어 복제
신드롬은 사이버 스페이스로도 번지고 있다.

고려대 학생회가 선정(본보 18일자 47면)해 관심을 끌기 시작한 복제인간
선풍은 직장인들이나 공무원들이 선호하거나 싫어하는 공통의 인물상을 담고
있는 게 특징이다.

대상 인물을 바꿔 새 리스트를 짜고 이 리스트에 오른 인물에 대한 "검증"
작업을 하는 등 복제공장은 연일 연기를 뿜는다.

서울 구로동에 있는 명인산업에서 나도는 복제 리스트는 이렇다.

"윗사람에게 아부 잘하기로 유명한 L이사 K부장 등이 복제해선 안될
인물로, 일도 잘하지만 잡기에도 능한 H과장과 항상 부하들을 챙겨주는
J이사 등이 복제대상 선두"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이 복제대상으로 꼽히는 건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복제하고 싶지 않은 인물의 선정은 은밀하고 다소는 의도적으로
작성되는 경우도 있어 또다른 "살생부"로 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간 기업에서 나도는 복제리스트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코미디"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가뜩이나 어두운 명퇴분위기에서
셀러리맨들의 의욕을 억누른다는 상반된 지적도 나온다.

관청에 나도는 것은 기관장의 충복 또는 지나친 눈치꾼 등을 비아냥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말이 많기로 유명한 서울시의 경우 저돌적인 성격이 강한 L씨를 시장이
가장 복제하고 싶은 인간으로 꼽는 반면 하급직원들은 그를 반대쪽 리스트에
올려 놓아 실소를 자아낸다.

아뭏든 복제인간 신드롬은 우울한 경제현실과 정권말기의 레임덕 현상을
적절히 반영하는 97년도판 한국의 자화상인 것은 분명하다.

< 남궁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