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식단과 손끝 맛의 대결"

서울 여의도 LG그룹트윈타워나 삼성동 포스코 빌딩 등 대형 사무실이
위치한 곳에서는 요즘 점심시간마다 "식당간 전쟁"이 한창이다.

사원 복지차원에서 구내식당을 전문 급식업체에 맡기는 대기업이 증가
하면서 대기업 주변 식당과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급식업체간에 손님끌기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

특히 올들어 경기불황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종업원들이 작년말에 비해
회사마다 평균 10%정도 늘어나자 손님끌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구내식당에 맞서 "점심시간의 넥타이부대"를 놓치지 않으려는 주변식당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는 대량생산이 아니라 "손끝 맛"이 담긴 음식을
제공한다는 점.

여기에서 한발 더나가 아예 음식값을 대폭 내리거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채로운 메뉴를 앞세운 구내식당과 한판 승부를 준비하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다.

서울 여의도 LG그룹 사옥 부근에 위치한 서울상가내 중국음식점은 이달초
주요 음식값을 평균 20% 인하하고 이를 알리는 전단을 LG그룹 각 사무실에
돌렸다.

이 음식점은 최근 LG그룹 사원들의 구내식당 이용이 늘어나면서 손님이
줄어들자 가격인하로 맞불을 놓은 것.

서울 삼성동 LG반도체와 포스코 빌딩 사이에 있는 불고기집은 이달초
여종업원 10명을 모두 교체했다.

이 불고기집 주인 P씨는 "사실 그동안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그래도 손님들이 많아 신경쓰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눈에 띄게
매출이 줄어 종업원들을 완전히 바꿨다"고 밝혔다.

삼성동에서 곰탕집을 하고 있는 L씨는 "과거에는 대기업 사옥 주변에
가게를 내면 무조건 성공했는데 이제는 이런 프리미엄이 없어졌다"며 "싼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공급하는 구내식당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고유의 맛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LG유통 제일제당 EM서비스 등 단체급식 전문업체들이
구내식당을 운영하면서 일반 고급음식점 수준의 서비스와 음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철저한 경영개념의 관리로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공급하고 깨끗하게
위생처리를 하는 것 역시 이들의 자랑이다.

사옥 16층에 사방을 볼 수 있도록 통유리를 해 스카이라운지처럼 꾸민
제일제당 구내식당엔 대형TV를 통해 뮤직비디오가 상영된다.

이 식당에선 연간 1천5백여가지의 메뉴를 한중양식으로 분류, 매일
돌아가면서 제공하고 있다.

LG유통이 운영하는 LG그룹 식당은 연간 3천가지가 넘는 메뉴를 제공하고
향토음식전 세계음식전 등 이벤트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또 세트메뉴와 골라먹을 수 있는 뷔페식으로 나눠 음식을 공급하며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전문급식업체인 EM서비스 조세형사장은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는데다 최근 불경기의 영향으로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며 "월평균 매출이 작년보다 10%정도
높아질 정도로 손님이 늘고 있어 이 추세대로 라면 건물주변 식당의 상권에
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주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