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밤에 그 진가를 더 발휘한다.

탑의 높이보다는 사방으로 퍼지는 현란한 조명으로 불야성의 장관을 이룬다.

"도시의 진짜 멋은 밤에 있다"는걸 보여 준다고나 할까.

밤의 미학을 추구하는 "야경문화"가 국내에도 서서히 상륙하고 있다.

야경문화란 한마디로 건물이나 공공시설물에 밝은 빛을 통해 낮에 보는
것과는 또 다르게 연출되는 도시의 독특한 특징과 분위기.

이같은 "야경문화" 창조에 앞장서는 곳은 역시 민간기업들.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어냄으로써 회사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그리 많지 않은 투자비로 큰 광고효과를 얻을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입맛을 다시는 요인이다.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대형 유통빌딩인 거평프레야와 삼성동 포스코 강남
본사나 분당 블루힐 백화점 등이 멋진 야간조명시설로 유명한 곳.

둔산 동양백화점 상업은행본점 분당터미널 한국경제신문사 신사옥 등도
야간조명시설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적인 건물이다.

건물 전체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있는 휴식공간에 대한 조명설치도 활발하다.

부천 LG백화점의 미관광장이나 서소문근린공원분수 단양의 중앙공원
용인에버랜드 분수대 등은 밤에 더 빛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밖에 통일로 인공폭포나 중앙대 병원옥상 등에는 주위환경과 미적 조화를
이루는 조명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행정부처나 자치단체들도 이에 뒤질세라 야경문화 만들기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

도시의 생동감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밤거리를 밝게해 치안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밤이 밝아짐으로써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숭례문과 흥인지문 보신각에 야간조명시설을 설치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게 모델이 되고 있는 것.

서울시는 앞으로도 역사적 문화재와 공공시설 등에 옥외조명시설을 설치해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고 야경관광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건설교통부도 현재 건설중인 신행주대교에 야간조명시설을 꾸며 한강과
어울리는 멋을 창조할 계획이다.

또 단양 고수대교 춘천 소양2교 대전 엑스포대교가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고
있고 부산대교 부여대교 성수대교 등도 밤에 더 화려한 명물로 탄생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야간조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주변 경관과 적절한 조화를 이룰수 있도록 하는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
이어서 오히려 에너지를 낭비할 뿐이라는 것.

이에대해 우일신소재 이봉자사장은 "전력이 부족한 것은 낮시간대이지
밤이 아니다"라며 "네온사인보다 적은 전력으로 충분히 멋진 야경을 만들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진 서울시 문화국장은 "도시환경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게
필요하다"며 "공공시설부터 시작해 점차 민간건축물까지 확대할수 있도록
법적인 제도개선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