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란한 의약품 거래질서를 바로 잡는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회원제약업체들이 원칙에 입각해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에
나서게 하겠습니다"

허영섭 한국제약협회 신임회장(녹십자회장)은 "제약업계의 중흥을 위해
실질적인 제도개선과 회원업체간의 단합을 이뤄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회장은 "제약업체가 공정경쟁규약을 지켜 덤핑거래를 자제하고
제약산업이 상향평준화되도록 유도하겠다"며 "의약품덤핑으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극단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회원업체는 공정경쟁규약을
준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제도에서 약값이 오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경제수준에 맞게 약값이 인상돼야 제약업체도 살고 이윤을 떼내
연구개발에 투자할수 있습니다.

일각에서 약값도 시장경제원리에 맡기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러면 업계가 공중분해되는 "빅뱅"을 맞게 됩니다.

대만의 예를 보면 명백합니다.

대만 제약업체는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해 자체생산을 포기하고 외국
제약업체의 유통대리점으로 전락해 대만사람들은 수입약을 비싼 가격으로
사먹고 있는 실정입니다"

허회장은 "국민들이 사치성 소비재의 치솟는 가격에는 둔감하면서
의약품가격은 조금만 올라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같다"며
의약품값 인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허회장은 "의약품가격이 비싼 것은 유통업체와 도매상이 유통마진
(최고80%)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며 "협회차원에서 업계단일의 유통망을
구축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회사규모에 걸맞지 않게 주요거점도시마다 영업사무소와
창고를 둬 막대한 유통비용을 부담하고 있으며 영업노하우가 많은 외국
유통업체들의 진출을 앞두고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

그는 신약개발에 대해 "외국업체가 자금 인력을 대량투입해 한몫잡는
리치사이클을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는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못보는 푸어사이클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는 세제개선과 연구지원비
증액을 통해 첨단제약산업을 육성해나가야 할것"이라고 밝혔다.

허회장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지난 80년부터 녹십자 대표이사를
맡아 이회사가 국내 백신및 혈액제제의 연구개발과 생산에서 선두를
유지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정종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