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정신적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 존경받고 있는 김수환
추기경이 하루 평균 20여통의 순수한 팬레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7일 추기경 비서실에 따르면 김추기경 앞으로 매일 50~60통의 우편물이
배달되는데, 이중 3분의1 가량이 팬레터를 포함한 사신이라는 것.

이 가운데는 자신의 불안과 고통을 호소하는 사형수의 편지에서부터
병원비와 약값을 요청하는 하소연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이 다양하다.

최근 받은 우편물로 김추기경을 박장대소케 한 것은 지난해말 미국의
팝가수 마이클 잭슨의 방한 때 부산의 한 여중생이 보내온 "청탁성" 편지.

이여학생은 "추기경님을 사랑하는 만큼 마이클 잭슨을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한뒤 "저는 잭슨 오빠를 만나고 싶어도 못만나니 추기경님이
만나실때 대신 꼭 좀 전해달라"며 편지를 동봉해 왔다는 것.

이에 김추기경은 집무실에 찾아온 잭슨에게 이 편지를 전함은 물론 그와
함께찍은 사진을 여학생에게 보내주었다고.

김추기경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사형수 김용재씨(여의도 차량
질주사건)와 김준영씨(의정부 경찰총기 난사사건)의 편지.

매월 한 차례씩 빠뜨리지 않고 편지를 보내오는 이들에게 추기경은
꼬박꼬박 답장을 써보내 사형수의 불안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있다.

이들에게서 편지가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하면 "혹여 감옥에서 무슨 일이
생겼나"하고 걱정을 한다는 것.

팬레터 중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보살피는 추기경의 이미지
때문인지 억울함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하는 민원성 편지도 많다고.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