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는 필수, 유학은 선택"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선 "외국 나가기" 열풍이 거세다.

어학연수라도 다녀오지 않으면 친구들사이에 대화가 안통한다.

교육열이 유달리 높은 탓도 있지만 그만큼 우리 교육현실이 낙후돼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7일 한국종합전시장 태평양관에서 열린 제6회 유학 및 어학전.행사장
주변은 개장하기 전인 오전 10시부터 삼삼오오 몰려드는 젊은이들로 벌써
성황을 이뤘다.

미국유학을 준비한다는 송영욱군(한국외국어대학 중국어과 3학년.23)은
이날 미국관에서만 1시간반 넘게 머물렀다.

지난해 6개월동안 중국 심양사범대학에 연수를 갖다왔지만 이젠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영어실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대학선배로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영어어학연수는 다녀와라"는
충고를 받은 것도 미국연수를 결심한 동기가 됐다.

송군이 이날 주로 알아본 것은 경비문제 커리큘럼 강의시간 아르바이트병행
여부 등 입학과 생활에 관한 세세한 정보들이다.

그동안 유학원이나 해외연수상품을 내놓는 여행사들도 많이 찾아보긴
했지만 이같은 정보는 좀처럼 얻을 수 없었던 탓이다.

그는 될 수 있으면 한국학생이 많이 가지 않는 곳을 택할 생각이다.

중국연수때 한국학생들과 어울리다 시간을 허비한 아쉬운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송군은 "요즘엔 3학년쯤 되면 동기생 절반 이상이 한번씩은 단기연수를
다녀올 정도"라며 "어학실력에서도 확실히 차이가 나 이번엔 1년간 미국에서
공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군같은 학생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대학을 졸업했다는 조미영씨(24)는 "사회생활 적응을 위해
뒤늦게라도 해외연수를 갖다올 생각"이라며 "대학동기중에도 이같은 계획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해외유학열풍은 무엇보다도 어학실력이 취업여부를 사실상
결정하는 현실이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한해동안에도 30여만명이 단기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이들은 학위 등을 목적으로 연구하러 간 게 아니다.

짧은 시간동안 해외에 머물면서 말배우기에 열중하다 돌아왔다.

결국 취업에서 남보다 나은 카드를 내밀기 위해 비행기를 탔었다는 말이다.

이날 젊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이 영어권대학코너인 것도 이래서다.

92개대학이 각각 설명코너를 마련한 미국관에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 행사를 기획한 한국전람의 윤태진 차장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젊은이들이 무한 경쟁의 사회에 적응하기위해 해외에 직접 나가서 보고
듣는 적극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게 보편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독일 등 16개국 2백50여개 대학을 국내
학생에게 소개하는 이 행사는 오는 9일까지 이어진다.

한국전람측은 이 행사기간동안 적어도 2만5천명에서 3만여명이 유학
준비생이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 김준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