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씨 피살사건의 용의자들이 심부름센터를 통해 숨진 이씨의
인적사항을 알아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근 통신판매업이나 전화국,
카드회사 직원들의 전화업무가 전에 없이 힘들어졌다.

전화를 받는 일반 고객들의 태도가 예전에 비해 불친절해지고 도리어
전화를 거는 직원들의 신상을 꼬치꼬치 캐묻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씨 피살사건의 용의자들이 심부름센터를 통해 이씨의
행방을 의뢰했을 때 심부름센터는 다시 전화국 직원을 사칭해 이씨의
전화번호를 물었다는 보도가 나오고서부터.

특히 지난달 28일에는 서울의 D심부름센터가 현직 경찰관에게 의뢰해
이씨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알아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전화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것.

분당에 사는 대학강사 변모씨(31.여)는 2일 "이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오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갖게 됐다"며 "최근
통신판매사에서 전자제품 할부판매를 권하며 집 주소를 묻는 전화가
걸려와 화를 내며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이같이 전화로 개인정보를 묻는데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지면서
전화국이나 카드회사의 고객상담실 직원이나 통신판매사의 영업사원들은
전화를 받은 고객들에게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은 물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여론조사 대행사 직원들은 전화로 익명을 전제로 설문조사를
할 경우에도 응답자들의 쌀쌀맞은 태도와 통화거부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형편이다.

외환은행 고객상담실의 김모씨(36.여)는 "카드결제 대금 연체관계로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은 고객이 이 쪽의 신분을 믿지 못하고
회사 전화번호를 물으면서 전화를 끊은 뒤 다시 걸어왔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