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후련합니다" "경비가 모자라면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의도가 뭡니까"

27일자 한국경제신문 등 주요 일간지에 실린 "마피아의 총대"라는 제하의
광고를 접한 시민이 보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마피아의 총대"는 재이손 산업 이영수사장이 한보비리사건을 맡았던
검찰을 "이미 부패한 권력의 시녀와 하수인"으로 규정하며 강도높게
비판한 글.

이씨는 이 글을 통해 "법위에 군림하면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부정부패비리의 실질적 옹호세력인 검찰을 국민의 이름으로 해고한다"며
통렬히 비난했다.

이날 재이손산업은 쉬지않고 쏟아지는 전화와 팩스로 하루종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대부분은 한보비리등 대형부정부패사건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검찰을
향한 일반시민들의 불만과 항변들이었다.

"시원하다" "내가 하고픈 얘기다" "광고비 일부라도 부담하고 싶으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격려성 전화와 팩스가 각각 1천여통 넘게
답지했다.

반면 "당신 자신이나 잘해라" "털어서 먼지안나는 사람있느냐"는
협박성 전화도 있었다.

이날 검찰이 보인 반응은 흥분과 당혹이었다.

검찰 수뇌부는 언급할 가치도 없는 만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는 등의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했으면서도 "자만감에 빠진
사람의 만용"이라며 상당히 불쾌해 했다.

한보수사를 맡았던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사건에 파묻힌 일선 검사의
피와 땀까지 매도될 우려가 있는 위험한 수준의 광고"라며 "검찰은 국민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일 자세가 돼있지만 막연한 주장으로 검찰의 참
모습을 왜곡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에 대한 불신감 조장은 결국 공권력의
약화만 초래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검찰 출신의 김모변호사는 "이씨의 글은 일반국민의 눈에 비친
검찰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라며 "법원에서 검찰이 불구속
기소했던 선거사범을 잇따라 재정신청에 회부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