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격사유는 많지만 브랜드가치를 감안해 보전처분결정을 내렸습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규홍 부장판사)는 지난 4일 부도가 난
마이크로코리아 마이크로세라믹 미코팬시 등 마이크로 계열 3개회사가
제출한 법정관리 신청건에 대한 심리에서 이들 회사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수출까지 하고 있는 것을 들어 보전처분을 26일
결정했다.

이들 업체는 법정관리 신청서에서 "최근 한보사태의 여파로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져 흑자도산을 했다"며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경영
정상화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재산실사 결과 이와는 다른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사가 재무제표를 분식결산하는 방법으로 금융기관을 속여왔으며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인한 부도라는 주장과는 달리 회사는 이미 지난
93년부터 4년간 지속적인 적자상태였던 것.

부채액수도 마이크로 코리아의 경우 연평균매출액 5백90억여원의 3.3배로
대법원 예규가 상한선으로 규정한 2배를 훨씬 초과한 상태였다.

계열회사 미코팬시의 경우는 4배 가까이 되는 7백20억원이나 되었다.

회사형태도 대표이사 형제가 회사주식의 50%가량을 소유한 족벌회사로
주식이 분산돼있지 않았으며 개인사채로 끌어 쓴 돈도 5백50억원에 달하고
있었다.

법정관리를 받아들이기에는 부적격사유가 너무 많았던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국내 필기구 시장이 일본 등 외국제품에 완전히 장악된
상태에서 국내샤프시장의 71%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크로"의 브랜드가치를
감안, 일단 재산보전처분결정을 내렸다.

세계 2번째로 탱크펜을 만들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고 첨단 설비를
보유한 점도 참작사유에 포함됐다.

그러나 보전관리인으로는 한국경영자협회가 전문경영인으로 추천한 전
SKC전무이사 한영천씨(53)를 선임했다.

소유주의 부실경영으로 인해 부도가 났지만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아까운
국내 브랜드까지 희생시킬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한편 마이크로사는 모나리 빠이롯트와 함께 국내 3대 문구업체중 하나.

샤프펜슬과 만년필을 주력상품으로 한 이 업체는 생산물량의 40%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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