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보다 고용안정을..."

불황으로 고용불안이 커지면서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고용안정보장을
요구하는 노조가 늘고 있다.

폐업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이 임금을 동결하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서를 쓰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군포에 있는 전선기계업체 대한제작소.

지난해 25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난이 심화되자 이달말 공장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이에 근로자 1백30여명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회사측과 대주주인
대한전선에 금년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을 반납하겠다며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흥 소재 인조피혁업체 우리화학은 경영악화로 허덕이는 터에 노조가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지난해 12월26일부터 노동법 개정 반대파업을 벌이자
지난 5일 폐업을 선언했다.

최대고객이 납기 미준수를 이유로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해오자
경영자가 사업을 그만두는게 낫다고 판단했던 것.

이에 근로자 1백여명은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 열심히 일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

올 임금은 회사 결정에 맡기겠다는 약속도 했다.

회사는 근로자들의 이같은 의지를 확인하고 지난 17일 공장을 재가동했다.

노조가 고용안정을 꾀하고 경영정상화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올 임금협상을
회사측 결정에 맡기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한라건설 노조는 26일 노사화합결의대회를 개최, 회사측은 고용안정에
앞장설 것 등 3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한 후 올해 임금인상에 관한 모든
권한을 회사측에 위임했다.

또 이에앞서 쌍용자동차 두산기계 효성중공업 고려제강 동국제강 등도
이미 무교섭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이 가운데 쌍용중공업과 동국제강은 노조가 올 임금을 지난해 수준에서
동결하자고 제의했다.

노동부 노사협의과 백일천 과장은 "경기침체로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어
올 임금협상 때는 노조가 임금을 많이 올려달라고 요구하기보다는 고용안정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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