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네차례나 철창신세를 져야했던 고 박정희
전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38.삼양산업 대표)가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로
정상인으로 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부여받았다.

서울지법 형사10단독 박동영판사는 25일 히로뽕 상습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피고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함께 양로원 및 장애인
보호시설 사회봉사명령 2백시간, 보호관찰 3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이날 구치소에서 풀려났으며 앞으로 보호관찰기간동안 사업에
매진하고 가정을 꾸려 히로뽕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비운의 황태자가
아닌 정상적인 생활인으로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박판사는 선고를 앞두고 "법의 형평성"과 "개인의 특수한 처지" 사이에서
크게 고민했다고 밝혔다.

박씨가 재판과정에서 줄곧 "히로뽕을 끊고 가정을 꾸려 건실한 사업가로
살아가겠다"고 간절히 호소해온 점과 전직 대통령의 아들로서 주변의
부담스런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외톨이로 반평생을 살아야만 했던 기구한
처지를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박판사는 "피고인은 퇴폐적인 마약사범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이
유혹에 굴복한 지치고 나약한 사람"이라고 선언, 박씨에게 또 한번의 기회를
부여했다.

박판사는 "상습적인 마약복용사범의 경우 통상적으로는 징역 1년6월~2년의
실형이 마땅하지만 피고인의 특수한 처지와 스스로 마약의 유혹에서
벗어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을 고려, 박씨에게 떳떳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판사는 이어 보호관찰과 사회봉사명령을 함께 선고해 사회에 속죄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었다.

박씨는 지난 86년 육군 대위로 전역한뒤 혼자 살아오다 지난 89년 7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처음 히로뽕을 접하고 그후 지금까지 8년여간
네차례나 구속돼 두번씩이나 치료감호를 받는 등 방황을 거듭해왔었다.

박씨는 이날 그간의 수감생활에 적응한 듯 구속 초기의 수척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으며 선고가 내려지자 안도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