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까치와의 전쟁"을 벌였던 한국전력이
"까치와의 동침"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한전측이 이처럼 전략을 수정한 데는 지난 한해동안 까치집 철거에
전직원을 투입하는 등 혼신의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까치로 인한
정전사고는 지난 95년보다 오히려 늘었기 때문.

지난해 한전측은 "까치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까치의 산란 및 성장기인
2~6월에 배전선로 주변에 있는 1만9천8백개의 까치집을 철거하고 까치텐트
3만3천여개, 풍차식 조류방지기 1천9백개 등을 설치하는 등 정전을 줄이기
위해 까치와 1년동안의 격전을 벌였다.

그러나 지난 한해동안 대전.충남지역에서 일어난 전체 1천99건의 정전사고
중 까치 등 조류로 인한 피해가 8.1%(89건)를 차지, 지난 95년의 6.9%보다
점유율이 오히려 늘어나 결국 이번 전쟁은 까치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전직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까치로 인한 정전사고가 늘자 한전측은
까치집을 없애는 "까치와의 전쟁"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해 올해부터 까치의
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자연친화적 방법"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한전측이 이번에 마련한 자연친화적 방안은 일정기간이 지나면 까치가
알아차려 효과가 없는 모형뱀, 빙초산 등의 사용을 줄이고 까치집을 허물지
않는 대신 배전선로 부위에 보호덮개를 설치하고 배전선 주위의 나무를
베지않고 그대로 둬 까치가 나무 위에 집을 짓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한국전력 충남지사 관계자는 "까치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정전사고를 막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했지만 오히려 까치로 인한 정전사고는 늘었다"며
"까치의 생활방식을 침해하지 않는 "적과의 동침"으로 전략을 수정했으나
정전사고가 줄어들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