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를 가진 백수(실업자)인 "박수"들은 졸업시즌을 맞아 마음고생이
한층 더하다.

통상 박사학위를 받으면 11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이어지는 대학의 교수
요원 자리를 얻거나 연구소에 취직하는 등 취업일선에 나서게 된다.

이때 기회를 못얻으면 고통스런 겨울을 맞게 마련.

특히 졸업시즌에는 새로 "백수"가 나오게 돼 이래저래 심적 고통이
심해진다.

24일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 건국대 등 4개대가 졸업식을 갖고 박사를
배출하는 등 올해만도 전국에서 5천여명의 박사가 나온다.

이가운데 학문의 길이나 안정된 직장을 갖는 사람은 극소수.

친지 친구들의 축하속에 박사학위를 손에 쥐었지만 상당수가 막상 갈 곳이
없다.

대학의 교수나 전임강사 자리는 한정돼있어 하늘의 별따기다.

게다가 최근 경기불황으로 민간기업들이 박사급 연구위원의 채용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았다.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도 많은 "박수"들이 배출될 전망이다.

서울대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는 강모씨의 경우 올해가 끔찍하다고
말한다.

아내가 전업주부인 그는 박사과정까지는 과조교일도 하고 학기중에는
시간강사, 방학중에는 고등학생을 상대로 과외를 해 월평균 1백50만원
정도는 벌었었다.

하지만 박사학위를 받게 되면서 과조교일을 후배에게 양보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동료들이나 가족들에게도 부끄러워 중고생 과외를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털어놓는다.

쥐꼬리만한 시간강사 수입마저 방학기간인 겨울에는 끊어져버렸다.

그는 "박수들 사이에서 박사학위보다 바둑1급이 낫다"라는 자조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곤궁한 "박수"들 사이에서도 부모가 잘 살더라도 손내미는
것은 최고의 파렴치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 김정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