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소환은 표면상 명예훼손사건의 고소인 자격이지만 검찰은 고소
내용외에 한보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는 한보비리수사결과에 대한 비판여론이 현철씨의 한보배후설과 접목
되면서 끊임없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검찰의
입장에 따른 것.

최병국 중수부장도 "고소내용을 뒤집으면 의혹사실이 되지 않느냐"며
이러한 방침을 거듭 밝혔다.

조사는 김씨가 국민회의 정동영대변인등 6명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
내용에 대한 일차적인 확인작업등의 순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먼저 조사가 이뤄질 부분은 현철씨와 정보근 한보회장과의 관계.

국민회의측은 현철씨가 <>지난해 7월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정회장과
만났으며 <>서울의 볼링장과 일본의 술집 등지에서 여러차례 정회장과
만났으며 구체적인 물증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보그룹장지동 창고에서 현철씨의 저서 1만여권이 발견된 경위도 검찰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미국 방문일정과 투숙호텔에서의 행적,
저서구입과정에서 사전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신문할 방침이다.

다음으로는 현철씨가 당진제철소 시설재 도입과 관련 거액의 수수료를
받았는지 여부.

이와 관련 시중에는 93년부터 6차례에 걸쳐 발행된 2천4백70억원상당의
한보철강 전환사채의 소유주가 바로 현철씨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김씨가 한보특혜대출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하는등 한보사건의 배후실세라는
설도 검찰이 풀어야할 핵심문제다.

그러나 김현철씨에 대한 조사가 추궁보다는 수사조기종결과 관련해 여론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해명성 수사차원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와관련, 정회장을 상대로 특혜 대출의 외압인물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현철씨가 거명된 사실은 시인했지만 김씨가 개입된 흔적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김씨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차원에서 수사를 마무리 지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광범위한 수사방침" 역시 말 그대로 조사의 폭을 말한 것.

어쨌든 검찰의 고민은 과연 김현철씨에 쏠린 의혹을 어떻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해명할 수 있을까라는 데 있다.

한보수사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빗발치는 비난을 어느정도까지 해소하기
위해서는 김씨에 대한 무혐의처리 사유가 상당히 구체적인 정도로 세련되야
하기 때문이다.

현철씨에 대한 조사가 이러한 식으로 마무리될 경우 야당측이 움직일 수
없는 물증을 제시하지 않는 한 현철씨에 대한 궁금증은 결코 풀릴수 없다.

결국 국회 한보조사특위에서 다시 한번 불거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게
된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