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정황으로 볼때 북한이 금년을 그냥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재외공관장회의에 참석중인 박건우 주미대사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이 부족한 식량문제를 해결, 안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대사는 특히 "주미 한국대사관이나 미국 정부도 이같은 상황에서
일어난 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사건과 관련해 북한측이 무엇을
우선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대사는 지난달 열릴 예정이었던 한반도 4자회담 설명회가 연기된
배경에 대해 "미국 카길사와의 거래는 완전한 상업거래인데도 북한은
미정부가 개입하는 거래로 이해, 김정일 생일 이전에 곡물을 수송하려던
계획에 차질을 빚었을 것"이라며 "황비서 사건과도 관련되지만 북한 내부의
갈등이 우리 생각보다 심각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대사는 그러나 "북한이 설명회 참여를 약속한 바 있기 때문에 시점은
예단하기 어려우나 설명회에 참석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황비서 사건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대해 "미국은 이번 사건이
한.중간에 해결해야 할일이라고 보고있다"며 "망명에 관한 국제법과
관례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번 사태를 한.중 양국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해결하기를 바라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문제를 포함한 많은 문제들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협의할수 있지만 이번 황비서 망명사건은 미국의 역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도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공조와 관련, 박대사는 "한국과 미국간 방위조약은 튼튼하기
이를데 없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5번째로 큰 수출시장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한국을 등한시하는 일은 있을수 없다"고 강조했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