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임금협상철이 시작되기도 전에
임금협상을 무교섭으로 타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17일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임금협상을 무교섭으로 타결한 업체는 고려
제강 두산기계 쌍용자동차 동성화학 한보에너지 등 약 10개에 달한다.

와이어로프 제조업체인 고려제강의 경우 지난 15일 노사대표 1백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97년도 임금협약체결권 위임식"을 갖고 경쟁력향상을 위해
노사가 함께 힘쓰기로 다짐했다.

이에 앞서 이 회사 노조는 지난 12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임협체결권을
노조위원장에 위임하기로 결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경영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 올해는
"경쟁력향상"을 회사의 최우선 경영과제로 정했으며 노조는 경쟁력 향상에
앞장선다는 의미에서 임금을 회사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95년이후 2년간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던 두산기계도 지난 6일 병점공장
강당에서 "노사공동체결의대회"를 갖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산업평화정착을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이 회사 노조는 지난 1월20일 조합원총회에서 금년도 임금.단체협상을
회사측에 일임키로 결정했다.

쌍용자동차 노조는 지난달 2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격주토요휴무일에도 정상근무키로 했다.

이 회사는 93년이후 4년연속 벌어진 노사분규로 2천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부산의 동성화학은 지난해 12월 노조가 회사의 어려운 경영사정을 감안,
경영목표 달성에 적극 협조키로 결의하고 97년도 임금을 회사 결정에 맡기
기로 함에 따라 일찌감치 무교섭으로 임금협상을 매듭지었다.

한편 한보그룹 계열의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노사는 부도 직전인 지난달
17일 금년도 임금을 동결키로 결의했고 계열사인 한보에너지 노조도 사흘뒤
임금동결 및 무재해실천결의대회를 가졌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