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직후
국민회의 권노갑의원(67)이 긴급체포됐다.

사건의 발단은 오후1시20분쯤 권의원이 이날 오후3시 열리기로 된 최승진
외교문서변조사건 공판에 불구속 피고인 자격으로 참석해야 한다며 조사실을
막무가내로 나가면서 시작됐다.

조사를 맡고 있던 안종택 중수3과장은 허락없이 나갈 수 없다며 권의원을
제지했다.

그러나 권의원은 조사실을 뛰쳐나가 10층 엘리베이터로 향했고 이과정에서
수사관들과 20분동안 몸싸움을 벌였다.

급기야 안과장은 "오후1시48분 현재 권의원을 긴급체포한다"며 수사관에게
권의원을 체포토록 명했다.

대검청사 주변에서 권의원 조사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국민회의 추미애
천정배 등 의원은 권의원의 긴급체포 소식을 접하고 즉각 조사실로 찾아가
이에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의원들은 또 기자실로 내려와 기자간담회를 갖고 검찰이 출두하기 전부터
권의원의 재판 참석을 약속했다가 긴급체포하는 것은 인권유린이라고
반발했다.

의원들은 이와함께 권의원이 조사과정에서 검찰로부터 "당신은 부끄러운
사람이다. 또 다시 부끄럽게 해주겠다"며 폭언을 듣고 기합을 받는 등 강압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또 검찰이 전날 오후11쯤 함께 소환된 신한국당 정재철의원을
권의원과 대질시키면서 "정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아 국회 재경위소속 이상수
김민석 정한용 의원 등에게 한보그룹을 잘봐달라고 하며 돈을 줬지 않느냐"
식으로 다그치면서 유도심문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고위관계자는 "권의원이 조사과정에서 전혀 수사에 협조를
하지 않고 버티는 바람에 많은 애를 먹었다"며 "긴급체포했더라도 재판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권의원은 이날 오후 5시 재판을 받은뒤 영장이 집행돼 구속됐다.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