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턴" 바람이 불고 있다.

도시인들이 직장생활을 정리사고 농사를 지으려 도시근교나 농촌으로 내려
가고 있는 것.

"U-턴"이 도시로 갔던 농촌사람이 다시 농촌으로 돌아오는 현상을 일컫는데
비해 도회에서 자란 도시인이 농촌으로 향하는 "J-턴"은 "U"자를 절반만
그린 "J"자에서 따온 개념이다.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에 사는 윤귀상씨(46)는 서울로 향하는 자동차의
무리를 거슬러 오늘도 자동차를 몰고 자신의 밭으로 향한다.

자동차에는 품을 산 인부들과 그의 부인이 동승했다.

오늘 할 일은 다가오는 봄에 대비해서 그의 부추밭에 퇴비를 얹는 일이다.

사실 윤씨는 농사라고는 지어본 일이 없는 전형적인 도회인이다.

건축자재를 받아 소규모 건설업체에 넘기는 건축자재 도소매업을 줄곧
해왔다.

92년이후 주택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업체들의 부도가 잦아지고 드디어는
한계까지 왔다 싶자 지난 94년 사업을 걷어치우고 농사에 뛰어들었다.

하남시 주변 이곳저곳에 밭을 몇필지 사들여 부추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

하남일대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는 "하남부추"가 가락시장에서도 제일로
치는 품목이란 점에 착안했다.

농사를 짓게 된 것은 그처럼 농사를 지을 줄 모르던 부인 임의숙씨(42)
때문.

몇해전부터 취미삼아 농사를 틈틈이 배워온 부인 임씨가 사업때문에 속을
썩이던 윤씨에게 농사를 권했던 것.

이제는 부추재배에 대한 노하우도 쌓이고 소득도 웬만큼 올라 3자녀를
키우는 것이 버겁지 않다.

"그만두길 잘했어요.

사업하는 것보다 농사가 훨씬 좋습니다.

신경쓸 것도 없고 모든 것이 내 노력하기에 달렸습니다.

여름에는 힘도 많이 들지만 겨울에는 시간이 많이 나서 좋구요"

한마디로 "만족"하다는 것이 윤씨의 말이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사는 백용모씨(54)는 지난 94년 자신이 강사로
근무하던 파고다학원을 그만두고 나서 농사지을 생각을 했다.

대전시내에서 자란 그는 농사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지만 농촌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간직해온 터였다.

재작년 농협에서 개설한 "돌아오는 농촌과정"을 마치고 나자 자신을 얻어
지난해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 3만5천평되는 농장을 마련했다.

그는 이곳에서 사슴과 소 돼지를 기르고 고냉지채소도 재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한창 준비중이다.

서울내기인 부인 이정숙씨(37)는 자녀교육 때문에 서울에 남아있지만 종종
농장에 들르면서 동네사람들과도 친해지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해 조사에서 나타난 귀농가구 3천7백여가구 가운데 타향으로
옮겨간 27.3%는 그중 상당수가 "J-턴"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의송 농협조사부장은 특히 자녀교육 등의 문제를 감안해서 도시에
근거지를 두고 도시근교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이보다도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 채자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