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신도시 일부 아파트단지에서 주민들의 담합에 의한 아파트값 끌어
올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와 평촌 등 신도시지역에 있는 아파트 단지내
부녀회가 중심이 되어 플랜카드를 거리에 내걸거나 단지내 게시판에 광고문
부착, 아침방송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파트가격부풀리기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가격을
인정치 않고 자신들의 아파트시세가 인근 비슷한 평형의 아파트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매겨져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판단, 집단이기 양상을
띠면서 시장기능을 마비시키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선추촌아파트 부녀회는 주거환경, 교통여건에서
비슷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시세가
높게 형성된 인근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가격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아파트제값받기운동 추진위원회"을 결성, 대로변에 플랜카드를 내거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물의가 따르자 내걸었던 플래카드를 걷고 단지내 부녀회를
중심으로 64평형(시세 6억원-6억5천만원)은 8억원, 53평형(" 5억5천만원-
6억원)은 7억원으로 각각 하한가를 정해놓고 이 이하로 팔지말도록 주민을
설득하는 등 불법담합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신안아파트에서는 아침마다 단지내 방송을 통해 불법
담합을 조장하고 있다.

인근 단지와 비교해 편의시설이나 교통여건이 뒤떨어지지 않음에도 시세가
낮게 형성됐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인근 비슷한 평형의 아파트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팔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다.

현재 시세는 38평형이 2억원-2억5천만원선, 48평형이 3억원-3억2천만원
선에 형성돼 있는 반면 주민들은 38평형이 2억6천만원, 48평형은 3억5천
만원이 적정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서울 강남구 청담동 현대아파트의 경우 32평형아파트를 3억원이하로
팔지말라는 내용의 광고문을 부녀회이름으로 단지내 게시판에 붙여놓고
있다.

이 단지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급히 돈이 필요해 아파트를 2억5천만원에
급매물로 내놓았다가 부녀회로부터 며칠동안 설득전화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단지는 7년전에 2개동에 모두 2백50가구규모의 현대사원아파트로
지어졌다.

32평형 단일평형인 이 아파트는 한달전에도 1억9천만원에 급매물로 팔리는
등 올초까지 2억5천만원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소측은 "올초에 벌써 2천만원-3천만원이나 올랐는데 한달도
채 안돼 다시 5천만원-6천만원을 인위적으로 올려놔 보름이상 찾는 손님조차
없다."며 "이처럼 터무니 없는 가격에 선듯 집을 살 사람이 없어 한동안
거래는 없는 가운데 설이후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분당이나 일산보다 상대적으로 시세가 낮은 산본신도시
솔거마을 대림아파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림아파트 주민들은 주민총회를 열어 33평형을 2억1천만원 등
전평형에 대해 마지노가격선을 결정, 주민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주민총회에서 결정된 가격은 올들어 오름세를 보이면서 치솟은
인근 아파트의 호가보다 무려 2천5백만원이상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을 벌이고 있어 인근 부동산 중개소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인근 백두마을 극동아파트의 경우 35평형이 1억8천5백만원, 42평형이
2억2천만원, 49평형이 2억6천만원을 호가하고 있으나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밖에 목동신도시내 지하철역세권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고 역과 거리도 떨어진 조합아파트를 중심으로 인근 목동신도시
아파트가격과 비슷한 시세조작을 위해 담합이 이뤄지고 있으며 서초구 반포
진흥아파트도 이웃한 아파트의 같은 평형대 시세보다는 아래로 팔지말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는 등 불법담합조짐이 서울과 신도시 전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 김동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