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이 대지 44평(싯가 1억4천만원)짜리 정태수 총회장의 개인저택을
잡히고 금융기관에서 모두 1천9백여억원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4일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 상업 서울은행과 대한보증보험 등 4개 금융
기관은 영등포구 구로동에 있는 대지 44평 건평 24평짜리 정회장의 개인
소유집을 19번이나 중복해서 담보로 잡고 총 3천3백39억원을 근저당
설정했다.

금융기관이 대기업에 대해 근저당금액의 60%를 빌려주는 관행으로만
따져도 한보그룹은 이 집을 잡히고 최소한 1천9백억원 이상을 금융기관에서
빌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담보가치보다 무려 1천4백배나 많은 액수다.

조흥은행은 87년 6월 3차례에 걸쳐 이 주택에 5백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또 서울은행(당시 서울신탁은행)은 91년부터 2년간 세번에 걸쳐 1천4백
억원을, 상업은행은 92년과 93년 7백억원을 근저당 설정했다.

은행관계자는 "정회장이 특혜를 받았을 경우 최소 2천억원 이상은 빌렸을
것"이라며 "같은 땅을 담보로 두번 대출받기 힘든 국내 금융관행이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근저당금액을 볼때 외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