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 부도사태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방침에 따라 앞으로의
수사방향과 범위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당초 검찰은 한보그룹의 갑작스러운 부도가 정.재계를 강타한 지난
24일까지만 해도 "지금 당장 검찰이 손을 댈 경우 한보그룹은 공중분해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먼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검찰은 재계에서 불법대출의혹이 제기되고 정치권에서도
한보철강의 부실여신에 대한 특혜시비가 불거져나오자 더이상 사법적
처리를 미룰 수 없다는 상황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검찰은 <>3조원이 넘는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 과정에서 담보가
턱없이 부족하고 <>은행법상 동일인 여신 한도규정에 위배, 주거래
은행측이 자기자본의 한도를 넘어 대출해 주는등 불법 대출이 이뤄진 사실
등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과정에서는 특히 지난 91년 수서택지 특혜분양 사건, 95년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등 대형 사건수사를 통해 검찰이 축적해온 한보그룹에
대한 상당량의 정보와 노하우를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분석에 따르면 한보철강에 대한 은행여신은 지난 1월10일 현재
대출금 2조4천87억원,지급보증 1조2천7백60억원등 모두 3조4천7백67억원
이며 담보부족액은 7천8백27억원에 이른다.

통상 은행들이 꼼꼼하고 치밀하게 따지는 담보문제를 소홀히 했고
은행의 자금력을 넘어서는 초과 대출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진 것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지난해 이철수 당시 제일은행장, 손홍균 서울은행장 등 고위
인사들이 대출 커미션 비리로 줄줄이 구속됐던 사태에 비춰 금융권의
고질적인 대출비리 개입여지 가능성도 검찰의 주된 관심이다.

검찰이 대출 비리 수준을 넘어서 정치권 등이 제기하고 있는 외압
시비에까지 손을 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재계에선 벌써부터 "여권 4인방" 운운하며 대출과정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위 인사들의 이름까지
오르내리고 있는 실정.

그러나 금품수수 등 뚜렷한 혐의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정치권에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부담을 검찰이 자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어쨌든 검찰로선 제일은행등 주거래은행들이 한보의 어려운 경영사정을
누구보다도 잘알면서도 담보부족을 감수하고 3조원이 넘는 돈을 대준
경위와 배경에 대한 명확한 규명작업을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해야 할
부담을 떠안았다고 볼수 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