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의 정축년새해를 맞는 각오는 남다르다.

그동안 추진해온 세계화작업의 구체화와 함께 "고객경영중심의 실천"과
"내실경영의 확충"을 통해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화작업의 구체화는 최대 역점사업으로 꼽힌다.

그 주축은 제지와 정보통신.

제지분야의 경우 이미 중국 상해에 연산 12만t규모의 신문용지공장을
착공했고 인구 9억4천만명의 인도에 제지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세계화작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는 2천년 세계 10대 제지기업군에 진입한다는게 목표이다.

PCS 역시 오는 98년 서비스개시와 더불어 아시아권으로까지 사업확대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청사진을 실현하기 위한 사업구상에 여념이 없는 구형우 한솔그룹
세계화추진사업단장(한솔제지 사장)을 서울 광화문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 만난사람 = 최종천 산업2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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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그룹은 지난해 세계화추진사업단을 발족, 해외시장진출과 투자활동을
활발히 벌여왔습니다.

세계화추진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세계화대상사업은 제지 펄프를 비롯해 조림 목재 유통 화학 건설 정보
통신 환경사업 금융 레저 등 전 사업부문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지부문의 원료조달을 목적으로 한 것이 동남아지역과 서호주,
뉴질랜드 조림지, 북미의 LA, 뉴욕, 캐나다 밴쿠버 등이지요.

앞으로 남미와 러시아에도 원료조달기지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해외생산 및 판매거점확보를 위해 역시 동남아지역과 중국의 상해 북경
인도 등에 진출했고 동구지역에도 진출할 것입니다.

현재 해외마케팅의 거점으로 확보돼있는 11개 해외지점망을 2천년에는
35개로 늘리고 필리핀 호주 미국등지에는 각종 레포츠단지를 건설할 계획
입니다.

정보통신부문은 미국 유럽 등지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 나갈
생각이고 환경사업은 동남아 중국등지에 금융은 이머징 마케트로 등장하고
있는 베트남 중국등지에 진출할 것입니다.

한솔 세계화추진의 원칙은 계열사를 동반진출시켜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해외현지금융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지요"

-그같은 사업을 추진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은 없는지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한솔은 사업을 키워오면서 외부자금차입보다는 전환사채 해외증권발행
유상증자 등 직접금융을 많이 이용해왔지요.

신용과 장래성을 갖춘 기업이라면 돈구할 데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한솔은 해마다 수천만달러의 해외자금을 조성, 투자재원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런던 스위스 등 유로증시와 미국증시 등에서 각종 해외증권을 발행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요.

-앞으로도 해외투자에 따르는 비용은 해외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입까.

"그렇습니다.

이에 대한 전략으로 해외투자사업에 세계적인 금융사를 참여시켜 합작
파트너로 삼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솔의 경우 해외투자의 문제는 유망사업과 지역을 선정하는 일입니다"

-한솔그룹이 해외사업에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며 해외사업비중은 어느
정도 될 것으로 봅니까.

"국내외 고객에게 보다 양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중국 인도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계기로 말레이시아 동유럽 남미
등 여타지역에 대해서도 투자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2천년대초에 이르면 국내 국외 각 2백50만t씩 총 5백만t의 생산
규모를 달성, 세계 10대 제지메이커로 부상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제지부문은 해외관련사업에서 50%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입니다.

그룹전체로는 해외관련사업에서 40%이상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인재양성 및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솔의 인력관리관을 소개해 주시지요.

"사람한테 잘해주는 것이 결국은 투자입니다.

인건비를 투자로 봐야 전략이 나오지요.

한솔의 경영이념중 첫번째가 "한솔은 사람이다"입니다.

이에 따라 사원복리후생도 "삶의 수준과 질"을 높일 수 있는데 주안점을
두고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솔은 제지외에 PCS를 비롯한 정보통신사업을 미래사업으로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의 진행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시지요.

"한솔PCS는 현재 설비발주에 나서는 등 사업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
니다.

오는 98년에 서비스를 개시하고 서비스범위를 아시아권역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의 온리포인트와 기술합작 및 제휴를 맺어놓고 있는 상태
입니다"

-97년 경영방침을 "고객중심의 경영실천"과 "내실경영의 확충"으로 정한
배경은.

"한솔플랜2000은 크게 한솔플랜 1기와 2기로 나누어 볼 수 있고 한솔플랜
1기는 본업강화와 사업다각화를 위해 매진하는 시기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국내 30대그룹에 진입할 수 있었고 또한 PCS사업권 획득
이라는 개가를 이룩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과거를 분석해 볼 때 한솔플랜1기는 몸집을 불려 외형적으로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으나 장치산업의 이점인 만들면 팔리는 생산자위주의
구태를 완전히 벗어버리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공급이 모자라 시장이 어려울 때는 고객중심의 생각을 한적도 있었
으나 시황이 호전되면 다시 구태를 답습한 것도 사실이지요.

그러나 현시점의 경영환경은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

굳이 UR와 OECD가입을 거론치 않더라도 21세기의 경영패러다임은 세계
기업과의 경쟁, 가치지향으로의 전환추세이지요.

이에 한솔은 지난 7월부터 점프21운동을 전개, 기존의 사고와 행동을
1백80도로 바꿔 고객과 영업중심의 한 방향으로 정립했기에 그렇게 정했던
것입니다"

-최근 몇년간 활발한 M&A를 벌이는 등 공격적경영을 펼쳐왔는데 앞으로도
이같은 전략을 계속 견지해나갈 것인지요.

"앞으로 주력할 것은 M&A가 아니고 세계화입니다.

이제는 틀이 갖춰졌기 때문이지요.

우물안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안목을 갖고 경영을 해나가야지요.

해외진출이 갖는 시너지효과는 엄청납니다."

-타그룹과는 달리 계열사간 업무조정을 총괄하는 회장이 없는데 어떻게
꾸려나갑니까.

"원칙적으로 회사의 모든 경영은 각사 대표이사의 책임하에 이루어집니다.

별도의 그룹관장 조직은 없으며 각사의 대표이사로 구성된 "사장단회의"를
운영, 각사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있지요."


-기업경영과 관련, 타그룹과 차별되는 한솔의 장점을 꼽는다면.

"많은 국내 경영인들에 경영방침 등 모든 면에서 오너에 의존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한솔의 경우 타그룹과 차별화되는 한솔의 장점을 꼽는다면.

"전문경영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율권을 갖고 "책임경영"을 하고 있습
니다.

진정한 자율경영은 책임경영이지요.

그 자체가 동기부여가 돼 혼신의 힘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신입사원으로 출발, 지난 92년 한솔제지의 대표이사를 맡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는데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사람들은 복잡다기화된 세상에서 뭐든 다 알아야 하고 모든걸 잘
해야 된다고들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품성과 인격이지요.

기본적으로 갖출 것을 갖추고 조직에서 해야할 일을 해야합니다.

21세기에는 우선 기본을 갖춰야하고 그 다음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지요"

< 정리=신재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