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이란 생산과정의 불편한 사항을 편리하게 바꾸어주는 것입니다"

"삼성 회장상" 제안부문 대상을 받은 기흥반도체 공장 이병찬 과장
(41.전기팀)은 "제안은 발상이 바뀌어야 나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선
활발한 제안이 나올 수 있게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과장은 지난 1년간 총 1백3건의 크고 작은 제안을 통해 무려 4백20억원
(추정액)의 경제적 효과를 낸 제안의 달인.회사내에선 보물 같은 존재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제안이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며 "전기팀원
모두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겸손해했다.

이과장이 특 1등급을 받은 제안건은 웨이퍼 리젝트 (불량)를 방지하는
전력공급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은 미세한 전압차이에 극히 민감해 정전은 물론
순간적인 전압만 변해도 라인에 흐르는 웨이퍼가 모두 불량으로 튀어
나온다.

제안건의 핵심은 무정전전원장치 (UPS)를 효율화시켜 투입되는 전력을
최소화하되 전력은 항상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

이 부문에 대해선 국제특허까지 출원한 상태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보안 사항"이다.

"개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만으로 제안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제안엔 항상 팀플레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과장은 자신이 소속해
있는 전기팀의 경우 "에펠탑형" (특출난 개인이 많은 제안을 하는 것)이
아닌 "개마고원형" 제안조직이라고 밝혔다.

전기팀에 소속돼 있는 1백20여 직원이 제안을 통해 받는 상금만도
연간 1억원이 넘을 정도다.

이과장 자신도 꽤 많은 상금을 받았으나 이를 개인적으로 사용해본
적은 한번도 없다.

이번 대상상금 (1천만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시상식에 같이 참석한
부인 권영희씨(38)는 불평아닌 불평이다.

"3백65일 가동되는 게 반도체공장의 특성이라 휴일이나 명절때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과장은 "불평 한마디 않는 아내의 내조가
없었다면 이같은 큰상은 타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시공은 아름답게,검사는 가혹하게, 사용은 온화하게"

자신이 소속한 전기팀의 모토대로 "아름다운 남편, 온화한 아빠,
엄격한 회사원"이 되는 게 이과장의 꿈이다.

< 이의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