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호선이 작년초 부분개통 후 잦은 운행중단 사고를 낸데 이어
완전 개통 10여일만인 10일 오전 방화에서 여의도까지 하행선 전구간에서
2시간 반이나 운행중단되는 최악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사고로 4개열차에 타고 출근하던 8천여명의 시민들이 고립되는 봉변을
겪었다.

이날 발생한 사고는 작년 10월 같은 구간에서 비슷한 원인으로 전동차
운행이 30여분간 중단된지 불과 3개월만에 재발, 지하철 5호선이 시민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도시철도공사측은 이와관련, 과부하로 차단기가 작동되면서 전기공급이
중단돼 운행이 일시중단됐고 긴급조치를 취했으나 전원이 연결되지않아
지하철이 불통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차단기를 복구해도 전동차가 곧바로 재운행되지 못한 뚜렷한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해 사고 재발위험이 크다.

특히 전동차 1편성 (8량)에 2개씩 팬터그래프 (집전장치)가 설치돼
있어 1개만 전기가 통해도 운행이 가능한데 4개편성 전동차 모두 운행이
중단된 것은 2기 지하철 전체 전력공급 및 운용시스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 서울시가 지난달 31일 당산철교 폐쇄에 따른 2호선 중단에 맞춰 5호선
개통을 서두른 것도 사고를 부추긴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측이 개통일정에 쫓겨 러시아워때 운행간격(2분30초)에 대한
시운전기간이 10일에 불과했다고 밝힌데서도 원인을 엿볼수 있다.

특히 사고 발생한 후 2시간이 지나도록 터널속에 갇힌 승객들에 대한
대피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등 사후 승객안전대책에도 미흡한 점을 노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날 사고는 영등포시장으로 향하던 지하철 5호선 5045호 전동차가
영등포구청역을 출발하는 순간 전류가 과다하게 흐르자 전동차내
자동차단기가 작동, 목동역~영등포시장역 사이의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발생했다.

사고가 나자 공사측은 긴급복구반을 편성해 전기장치 복구에 나서는
한편 원인규명에 착수하고 오전 10시45분께 전동차 운행을 재개했다.

사고직후 오목교 양평 영등포구청 영등포시장 등 4개역에 정차된 전동차
내의 8천여명의 시민들은 수동으로 문을 열고 객차를 빠져나왔으나 화곡
우장산 오목교역에 정차해 있던 수백명의 승객들은 추위와 어둠속에
고립된 채 2시간여를 떨어야 했다.

공사측은 터널속에 갇혀 있던 시민 1백80여명에게 1만원씩 교통비를
지급했으나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 장유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