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투자신탁 이정우사장(57)은 새해를 "경영 정상화의 원년"으로 잡고
있다.

오는 2월중 대규모 증자와 함께 투자은행으로 전환함으로써 이익을 내는
금융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는게 이사장의 새해 경영 전략이다.

지난해말 증권사 전환을 발표한 이사장은 "국민투자신탁이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투자은행으로 변모하는 것은 자본시장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투신이 증권사로 전환하더라도 주식위탁매매업무는 하지 않고 그
대신 새롭게 CP(기업어음)중개 및 외환업무를 취급하게돼 상품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사장은 현재 투자신탁회사의 상품경쟁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이 미래지향적인 변화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 증권사들도 조그마한 시장에서 과당경쟁하는 것보다 차별화되고 전문
화된 영업을 해야한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마산고와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사장은 공인회계사자격증을 취득한
후 동서증권상무. 전무를 거쳐 한신증권(현 동원증권) 고려증권 동서증권
등 증권사대표이사를 두루 역임한 베테랑 전문경영인이다.

지난해 2월부터는 국민투자신탁사장으로 부임, 약 1년동안 경영정상화를
위해 일해왔다.

이사장은 이제 국내에서 투자은행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관의 정착이
가능할 것이냐는 시험대에 서있는 셈이다.

여의도 국민투신 본사를 찾아가 증권사 전환을 발표한 이사장을 만나봤다.

[ 만난사람 = 최명수 증권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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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증권사 전환을 발표했는데 그 배경은.

<>4천억원이 넘는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다.

2조원이 넘는 차입금으로 매월 1백억원 이상 적자가 불가피한 경영구조를
타개하기 위해선 대규모증자와 대주주의 출현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증권사 전환과 함께 CP발행주선 및 중개업무 외환업무 등 종합금융회사의
업무를 허용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해 놓았다.

이렇게 되면 주식매매 위탁업무를 하지 않는 투자은행으로서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

-전환에 따른 효과는 어떤게 있나.

<>국내최초의 투자은행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지점을 통한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업무를 하지 않고 기존의 수익증권
판매와 도매금융인 기업금융업무를 위주로 영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경영정상화는 물론 기관투자가로서 제기능을 하게돼 자본시장
의 정상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CP중개업무와 공사채인수업무를 직접 취급함으로써 수익증권의 상품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지점과 본사의 업무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지점에서는 종전처럼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의 판매업무만 한다.

다른 증권사처럼 주식을 사고 파는 업무는 하지 않는다.

본점에서는 증권사가 하는 공사채의 인수 및 발행업무를 새로 취급하게
되고 종합금융회사의 CP중개업무와 외환업무도 추가로 맡게 된다.

운용부서는 내년초께 자회사인 투자신탁운용회사로 분리할 계획이다.

-고객이 투자한 10조원의 신탁재산은 증권사 전환 뒤에 어떻게 되나.

<>수탁은행에서 보관하고 있으므로 안전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운용부문이 전문화돼 별도의 투자신탁운용회사로
설립돼서 좀더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환된 증권사에서 발행주선 및 인수 또는 중개업무를 하는 공사채 및
CP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어 수익률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 전환일정은 어떻게 되나.

<>구랍 31일 이사회에서 증권사전환을 결의했다.

이달중에 증권사 전환을 위한 임시주총을 열고 내인가 신청을 낸뒤 내달중
1백% 증자와 함께 증권사로 전환할 것이다.

-증자과정에서 현대그룹이 대주주가 될 것으로 아는데.

<>증권사로 전환되면 지분제한이 없어져 주인이 나타나게 된다.

현재로선 현대그룹이 국민투신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현대측과 직접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정책당국과 그동안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또 구랍 31일 납입을 마친 증자에서도 현대증권이 지분을 10%로 늘린 점을
감안하면 현대그룹의 인수가 거의 확정적이다.

삼성그룹측은 자동차사업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현대측이 인수할 경우 계열사를 통해 수탁고를 1조원이상 늘려줄 것으
로 알고 있다.

-증권사 전환후 현대증권과 합병할 계획은 있나.

<>앞으로 최소한 3년간 합병은 불가능하다.

상장사와 비상장사간의 합병인데다 국민투신이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합병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현대증권은 주식위탁매매를 주로 하는 브로커리지 전문증권사로 남고
전환될 국민투신증권(가칭)은 브로커리지업무를 하지 않는 투자은행으로
차별화 된다.

따라서 합병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이는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회사가 토목과 아파트사업으로 각각
전문화돼 별도회사로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달을 증권사 전환시점으로 잡은 이유는.

<>개정된 금융기관의 합병 및 전환에 관한 법률이 오는 3월1일부터 발효
되기 때문이다.

개정 합병전환법에서는 전환한 뒤 6개월 동안의 겸업을 허용하지만 현행
구법에서는 1년동안의 유예기간을 둬 그만큼 전환작업에 여유가 생긴다.

-대규모증자는 어떻게 이뤄지나.

<>구랍 31일 증자대금 납입으로 자본금이 1천2백억원으로 늘었다.

증권사 전환을 위한 자본금 1천억원 이상이 확보된 것이다.

그러나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서 2월중에 다시 1백% 증자를 할 것이다.

증자는 액면가발행을 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2백% 프리미엄부로 발행해
발행가를 주당 1만5천원으로 잡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증자분과 프리미엄부 발행으로 인한 주식발행초과금이 3천
6백억원에 이른다.

-차입금 증가요인이 되고 있는 미매각수익증권을 증자과정에서 대주주에게
팔려는 것으로 아는데.

<>증자에 참여해 대주주가 되는 회사에 미매각수익증권을 사는 조건을
붙이려 한다.

따라서 국민투신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증자참여와 미매각수익증권매입으로
약 1조원의 돈을 들여야 한다.

-증자와 미매각수익증권의 매각으로 조달된 1조원의 자금은 어디에 쓰는가.

<>2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연간 이자부담액이 1천5백억원가량 줄어든다.

이자부담이 크게 줄어들면 경영정상화가 가능해 빠르면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97회계연도부터 소폭이나마 영업이익을 낼 것이다.

-올해와 내년의 경영수지는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

<>우선 97회계연도에는 차입금 이자부담이 연간 1천억원 정도로 줄어든다.

여기에 일반관리비 5백억원을 합치면 영업비용은 1천5백억원 수준이다.

수탁고는 현재 10조원이지만 매년 이익금의 재투자분을 감안하면 12조원이
된다.

여기서 받는 신탁보수와 환매수수료 등 영업수익이 약 1천5백억원이 되고
공사채인수발행 및 CP중개업무 등 새업무로 창출되는 수익까지 합하면 충분
히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

내년 4월부터 시작되는 98회계연도에는 수탁고 15조원으로 5백억원이상의
영업이익을 낼 계획이다.

-노동조합측이 증권사전환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노조와 끊임없는 대화를 하고 있다.

투자은행으로 변화하는데 공감대형성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회사가 경영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는데는 노조측이 공감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현대증권과의 합병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
라는 점을 노조측에 강조하고 있다.

노조측이 고용불안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CP중개업무 등 새
업무가 주어지고 올해에 4-5개 지점을 신설할 계획이어서 인원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