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등 97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나"군에 속한 47개 대학이 3일부터
논술 및 면접고사 등 전형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2시간동안 논술고사를 치른 서울대(음대제외)는 계열
구분 없이 1문제를 출제했다.

예시문은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중 어린 왕자가 장미꽃밭
에서 여우와 "길들이기"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대목으로 "현대사회에서
익명의 존재로 방치돼 있는 개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과 개인
사이의 참다운 정서적 유대관계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 요지.

서울대는 이어 "제시글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가 어떠한 사회적 조건에서
비롯된 것인가"를 간략히 밝히면서 "이에 비춰볼 때 참다운 인간관계를 형성
하는데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 어떠한 의의와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를 논술하라고 요구했다.

출제위원장인 이승훈교수(경제학부)는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참다운
인간관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자유로이 개진토록
했다"며 "논지파악, 창의성과 타당한 논거제시, 논리적인 구성, 문장의 완결
성 및 정확한 표현 등 네가지 사항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며 채점은 4~5명의
교수가 점수를 매겨 산술평균한다"고 밝혔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관리실장은 "제시문 속에 답안의 방향이 어느정도
나타나 있어 지난해의 추상적 논제보다는 다소 쉬웠다"며 "그러나 답안분량이
길고 상당한 철학.문학.사회과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만큼 수험생간 변별력도
높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논술반영비율은 인문.사회.사범계 및 미대의 경우 총점 8백점 가운데 4%
(32점), 자연계열은 2%(16점)이며 면접은 사범계(4% 32점)를 제외하곤 1%
(8점)가 반영된다.

총점의 10%를 반영하는 중앙대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
했으나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전제한 뒤 "국민의식 또는 사회제도 가운데 한가지를 들어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논술하라"는 비교적 평이한 시사성 문제를 냈다.

한편 동아대 등 5개대도 이날 면접.구술고사를 실시했고 5일 충남대, 6일
고려대(법대.사범계), 7일 건국대순으로 "나"군의 논술고사가 실시된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