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명중학교에서 과학 과목을 가르치는 여교사가 97학년도 대전대학교
특차전형에서 수석으로 합격,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전대 한의예과를 지원, 수학능력시험 3백16점으로 수석 합격의 영광을
안은 김미선씨(37.대전시 서구 탄방동 한가람아파트 4동 1101호)가 그
주인공.

대전이 고향이며 5남 1녀의 장녀인 김씨는 지난 75년 고등학교에
합격했으나 입학하지 않고 검정고시를 거쳐 2년만인 77년 충남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면서도 과학이 풀지 못하는 "기철학"을 비롯한
동양사상과 서양의학과 달리 신비스럽기만 한 한의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김씨는 대학졸업 후에는 장녀라는 책임감 때문에 하고 싶은 한의학 공부를
단념하고 이듬해인 82년 교원시험에 합격,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독신을 고집하며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한의학 공부에 대한 꿈을
떨쳐버리지 못하던 김씨가 본격적으로 대학준비를 시작한 것은 5년전인
91년.

김씨는 동료 교사와 제자들에게 대학진학 준비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학교 과학실에서 주로 수업이 없는 시간과 방과후를 이용해 "남몰래"공부를
해왔다.

영어소설을 읽는 것으로 영어공부를 대신하고 귀가후에는 교육방송 시청도
게을리 하지 않은 김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과학과목 덕분에 수리탐구
영역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것이 특차수석을 차지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대학 졸업후에도 한의학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김씨는 "늦은감은 있으나
한의학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며 "내년
3월 대학 개강에 맞춰 정든 제자들과 교단을 떠나야 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고 섭섭한 마음을 비치기도 했다.

< 대전=이계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