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및 5.18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옛 성현의 글을 인용한 듯
어려운 표현을 많이 사용해 눈길을 모은다.

재판부는 16일 전두환 피고인에 대한 양형이유를 밝히면서 "전 피고인이
권력의 상실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정치문화로부터 탈피하여, 권력을
내놓아도 죽는 일은 없다는 원칙을 확립한 일은, 쿠데타를 응징하는 것에
못지않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다"며 "자고로 항장은 불살이라 하였으니
공화를 위하여 감일등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 피고인이 12.12 군사반란과 5.17 내란을 일으켜 군의 기강을
파괴하고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등 엄청난 죄를 저질렀으나 재임중 6.29
선언을 수용, 민주회복과 정권교체의 단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화합을 위해 무기징역으로 감형,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는 의미로 쓴 표현.

재판부는 이어 노태우 피고인의 형량을 징역 22년6월에서 징역 17년으로
감경하면서 "수창한 자와 추수한 자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을 수 없으므로
피고인 전두환의 책임에서 다시 감일등 한다"고 밝혔다.

이는 "쿠데타를 주도한 세력(전두환씨)과 이를 추종한 세력(노태우씨)의
경중을 가려 양형을 조절하겠다"는 뜻.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