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장관을 잡아라''

대학사회에도 "무한경쟁"의 바람이 몰아치면서 각 대학들이 오랜 행정
경험을 가진 전직 고위관료들을 앞다투어 총장으로 영입하고 있는 것.

이에따라 대학총장의 위상도 존경받는 "학문적 대가형"에서 통솔력과
폭넓은 대인관계를 지닌 "행정가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교육부는 29일 최인기 전농림수산부장관이 지난27일 여수수산대총장에
선출되면서 장.차관을 역임한 뒤 대학 총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18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올들어 두드러져 최전장관을 비롯, 김학준 전청와대
대변인(인천대), 이원종 전서울시장(서원대), 박윤흔 전환경처장관(대구대)
등 7명의 전직 고위관료가 대학경영의 "뉴페이스"로 등장했다.

이들중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있는 면면을 보면 이진설 전건설부
장관(안동대), 최동규 전동력자원부 장관(서울산업대), 조경식 전환경처
장관(한국해양대) 등 정통 경제관료 출신들이 돋보인다.

과거 경제기획원 시절 예산실장과 청와대경제수석을 역임한 이전장관은
취임직후 포항제철로부터 20억원의 지원을 따내 재단측의 낙점에 보답했다.

또 기획원 물가관리실정을 거친 최전장관의 캐리어에 힘입어 서울산업대는
예산확보나 졸업생 취업 등에서 상당한 덕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과 함께 나웅배 전재정경제원장관도 영남대총장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등 고위 경제관료들의 주가는 대학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서울산업대의 한 교직원은 "업무차 재경원 등에 들어갈 때 관련 서류와
함께 총장님의 사인이 담긴 메모지를 건네면 담당 관리의 대해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며 "총장님의 인맥덕에 대외 업무가 무척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마당발"로 정평이 나있는 내무관료 출신들도 "모셔가려는 데"가 많다.

내무부와 청와대, 정계를 두루 거친 고건 전장관이 지난 94년 명지대
총장으로 스카우트된 데 이어 이원종 전서울시장과 최인기 전농림수산부
장관이 그 뒤를 이었다.

대학들이 주로 상대하는 교육부에 가장 확실한 "약발"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교육관료출신들.

따라서 수적인 면에서는 이들이 단연 으뜸이다.

문교부 시절 인사로 이규호(순신대) 손제석(위덕대)전장관, 조성옥(인하대)
정태수(대진대) 전차관을 비롯, 윤형섭 전교육부장관(건국대) 조규향전차관
(부산외대) 등 6명이 교육부 장.차관을 지냈다.

여기에다 청와대교육문화수석을 지낸 이상주 한림대총장과 문교부 출신의
2선의원인 이대순 전체신부장관(호남대) 등도 직.간접적으로 교육부와 맥이
닿아있다.

특히 교육관료중에는 국졸 출신의 김재규 전문교부보통교육국장이 영동
공대를 이끌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밖에 언론계 출신으로 김진현 전과기처장관이 지난해 서울시립대
총장으로 영입됐으며 한완상 전통일원장관은 퇴임직후 종합유선방송위원장을
거쳐 지난 94년부터 방송통신대총장으로 재직중.

교육부 관계자는 "대외 로비력이 약한 지방대나 신설대 등에서 대외
이미지제고와 재정확보 등을 위해 전직 고위관료의 총장 영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들의 활약에 대한 학내외 평가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