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경부철도변에 자리잡고 있는 조일제지.

1만평의 큰 부지에 대형트레일러와 집채만한 용지들이 쉴새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하역에 분주한 부두를 연상케한다.

이경우사장을 비롯한 이 회사 임직원들은 올해를 제3의 창업으로 여긴다.

지난 73년 회사설립을 제1회창업, 88년 라이너지 및 크라프트지 등을
생산하는 제지플랜트2호기 도입운전을 2창업으로 삼은데 이어 시화공단
공장이 준공되는 오는 12월을 제3의 창업시기로 잡고 있다.

현재 생산량의 두배를 넘는 일산 7백t규모의 시화공장 건립은 조일제지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일이다.

이 회사는 1천억원을 들여 시화공단내 2만6천평의 부지에 건평 1만2천평
규모로 공장을 건설중이다.

조일제지가 재창업의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은 노사간 참여와 협력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회사측은 지난 93년부터 시화공장 건립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기존 안양
공장은 자동화 설비를 대폭 도입키로 했으나 이과정에서 인력수급과 합리적
재배치 문제가 대두되었다.

공장건설이 본격화된 지난해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기존 숙련공의 전출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했다.

회사발전을 위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노사는 쉽게 결론을 냈다.

우선 시화공장으로 전출을 원하는 지원자를 모집키로 했다.

그 결과 19명이 자원했고, 이들에게는 이주비지급, 임금인센티브보장 등
혜택을 부여했다.

이처럼 노사간 갈등이 전혀 없어 시화공장건설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음은 물론이다.

최종용 공장장은 "평소 회사가 무리없이 경영을 펼치고 있는 점을 잘알고
있는 노조에서 특별히 협력해준 덕분에 노사간 공감대속에서 큰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해원 노조위원장도 "노사는 회사를 이끌어가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회사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노조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밝힌다.

조일제지는 전문경영인 체계가 확립돼 있다.

사장은 경영구도를 그리는 일에만 매진하고 있으며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결정, 종업원채용, 퇴직결정, 작업배치 등과 관련한 권한은 공장장에게
주어진다.

그러다보니 노사간 대화통로도 막힘이 없다.

반장회의의 경우 공장장과 노사대표가 모여 주제에 제한을 두지않고
토론을 벌인다.

그 결과 올해초 6천만원을 들여 공장내 냉방 및 공기정화장치를 서둘러
설치하기도 했다.

"기브 앤 테이크".

노사가 주고 받는 호혜정신은 조일제지에서 이상적으로 발휘되고 있다.

회사측은 3교대근무의 어려운 환경을 감안, 사원 건강관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가 하면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또 공정개선 등 노조의 개선요청은 최우선의 순의를 둔다.

설립이후 임금지급을 하루도 늦춰본적이 없다는게 경영진의 자랑이다.

노조는 매달 열리는 상집회의에서 간부들이 모범을 보이자고 늘 다짐한다.

노조위원장이 사원들의 불만을 사전에 해결하기 위해 오전 오후 열심히
공장을 순회한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ISO9001을 획득한데 이어 환경경영시스템의 국제
규격인 ISO14001에 국내기업 최초로 도전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경영환경의 어려움에도 노사의 합심은 4년동안 불량률 1백20
PPM, 생산성 40%향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제위원장은 "경영진은 열린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근로자는 자기일에
자부심을 가진다면 노사관계의 앞길은 밝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제지업게 최초로 호봉제를 실시하고 16년동안 성공적인 품질관리(QC)
활동을 벌여온 조일제지.

지난 2월 관악산등반에서 노사협력선언을 외친이후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최우량기업으로 거듭나기위해 생산성향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안양=김희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