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인 S사에서 지난 8월 명예퇴직한 신영식씨(49)는 친한 친구로부터
부동산주주회원에 가입해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명예퇴직후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못해 고민하던 신씨로서는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었다.

조건도 그럴듯했다.

한구좌가입에 2백만원인데 다른회원을 끌어들일 경우 한사람당 가입비의
6%를 수당으로 지급받기로 했다.

또 많은 사람을 가입시키면 승진은 물론 모집회원의 가입비중 17%까지
수당을 올려받는다는 보장도 받았다.

여기에다 주주회원이 2만명정도 확보되면 빌딩을 지은후 분양하면서
생기는 수익금을 주식비율에 따라 지급받기로 했다.

신씨는 많은 고민끝에 퇴직금중 일부를 뚝떼어 10여구좌에 가입했다.

친척이나 친구들을 상대로 모집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막상 가입하고 보니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 않았다.

일부 돈많은 친척들은 신씨가 직장 잃은 것에 대한 동정심에서 한두구좌
가입해줬으나 대부분이 외면했다.

신씨는 아무리 애를 써도 가입회원이 더이상 늘지 않았다.

이른바 "부동산피라미드"조직에 걸려든 것이다.

명예퇴직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처럼 목돈을 노리는 신종 사기수법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각종 창업스쿨이나 상담코너를 통해 교묘하게 조직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 상당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간지에 게재된 "창업안내"광고를 보고 사기를 당한 박해익씨(51)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

P사에 근무하다 최근 명예퇴직한 박씨는 창업안내소장인 김모씨로부터
실내골프연습장허가를 알선해주겠다는 달콤한 제의를 받았다.

골프인구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 이 분야에 손을 대면 수익성이 괜찮을
것으로 판단한 박씨는 곧 자기의 뜻을 김소장에게 전달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우선 김씨는 골프연습장 허가가 까다롭다며 관련공무원 소개비쪼로
수백만원을 요구했다.

새로운 사업의 꿈에 부풀어있던 박씨는 흔쾌히 김씨의 요구에 응했다.

그러나 얼마후 다시 "높은 사람"을 만나야 허가가 가능하다며 수백만원의
로비자금을 또 요구했다.

이런식의 김씨 요구를 여러차례나 들어줬으나 도무지 일이 돼가는 낌새가
없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들어 김씨를 찾았으나 그는 돈을 챙긴뒤 이미
행방을 감춰버리고 말았다.

이른바 "로비형 사기"에 걸려든 것.

이밖에도 찜질방 등 프랜차이즈업태에 손을 대거나 돌침대 자석요, 값비싼
건강 미용관련제품 따위를 파는 피라미드판매조직에 들어갔다 피해를 당하는
명예퇴직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경영컨설턴트협회 강영만소장은 "짧은 시일내에, 쉽게, 많이 벌 수
있다는 3박자를 갖춘 제의는 일단 사기라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 채자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