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2천원의 위력이 이정도인가"

혼잡통행료 부과 첫날인 11일 서울의 교통사정은 시민들의 상식을 바꿔
놓았다.

평소 시간대에 관계없이 꼬리를 이은 차량행렬로 끝이 보이지 않던 남산
1.3호터널 주변은 휴일보다도 더 한가했다.

혼잡통행료 부과에 따른 대시민홍보는 거의 완벽한 듯했다.

주저없이 2천원을 내고 통과하는 차량은 주로 중.대형차량들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의 "만족"과는 달리 장충단길.소월길 등 우회도로는
밀려드는 차량으로 뒤범벅이 됐다.

<>.오전 6시30분 남산1호터널.

7시 이전에 통과하겠다고 일찍 집을 나선 차량들이 몰리면서 평일의 같은
시간대보다 차들이 많았다.

오전 6시50분.

1호터널로 진입하려던 차량이 우회로인 장충단길 등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곧바로 곳곳에서 정체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남산 3호터널.

통행료 시행 10분을 앞두고 일찌감치 지나려는 나홀로 차들이 점차
많아졌다.

간신히 징수시간전에 톨게이트를 통과한 운전자들은 자못 의기양양(?)
하기까지 했다.

오전 7시.

징수시작과 함께 운전자들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통행료를 무는게 조금은 억울하다는 듯 징수안내원에게 한마디씩 불만을
토로했다.

간발의 차이로 2천원의 통행료를 내게된 직장인,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다가 가지고 나온 돈이 없어 쩔절매는 아주머니, 2명이 탔는데 왜 돈을
내냐고 우기는 청년 등이 실랑이를 벌였다.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를 빼고는 버스를 탈 작정입니다.

하지만 돈내는 차량이 대부분 중형차인 것을 보니 결국 서민만 상대적으로
고달파진 것 같습니다"라는 회사원 정민수씨(29)의 불만이 새삼 이유있게
들렸다.

오후 7시30분.

혼잡통행료를 내고 1.3호 터널을 통과하는 차들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수작업으로 징수하는데 따른 정체를 우려했던게 무색할 정도.

지나가는 차량의 대부분이 통행료 면제차량이었다.

유료차선 4개, 면제차선 1개를 설치했지만 면제차선에만 약간 줄을 섰다.

오후 8시 이태원 지하차도 앞.

평상시에 정체지역으로 꼽혔던 곳이 하룻만에 옛말이 돼버렸다.

삼각지에서 반포.이태원 방향이나 반포에서 이태원.삼각지 방면으로
향하는 차들이 모두 시속 30~40km로 달렸다.

반포대교를 건너던 차들이 동작대교로 미리 돌아서 가버린 때문이다.

오후 8시30분 남산 우회도로.

평상시보다 일찍부터 터널을 돌아서 가는 행렬이 붐볐으나 이용차량은
계속 이어졌다.

퇴근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데도 차들은 가다서다를 반복할 뿐이었다.

교통지도를 나온 남대문경찰서의 김모경위는 "오늘 하루만 보고 교통
흐름이나 시민관행이 어떻게 변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교통량변화에
따른 연구와 조사를 계속, 종합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장유택.김준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