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 두장만 있으면 이를 분석해서 최고 1백만분의
1미터의 정확도로 실제 거리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교통사고 때도 아스팔트에 스프레이를 뿌릴 필요가 없죠"

독일 카메라의 명가 롤라이사 볼프강 챠스사장이 최근 내한했다.

삼성항공이 매년 두차례씩 개최하는 "글로벌 전략미팅"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전략미팅은 삼성항공의 4개 해외공장과 9개 해외법인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 및 시장정보를 교환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자리.

삼성항공이 지난해 인수한 롤라이의 챠스사장은 이 자리에 "산업측정술"
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들고 왔다.

이 기술을 한국 경찰 등 관련자들에 설명할 롤라이 기술자들도 같이
내한했다.

"이 측정술은 사고 검증에도 유용하지만 산업현장에서 자동생산설비의
오차를 측정하는 데도 필요하지요.

독일의 벤츠 BMW 등 자동차회사들도 현재 사용하는 방법이 오차가
큰 구식 기술이라서 우리의 방법을 채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가 예상하는 이 산업측정술의 시장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달러나
된다.

롤라이는 컴팩트 카메라에서는 전자기술을 앞세운 일본에 밀려났지만
고급 카메라분야에서는 아직도 최고의 광학기술과 초정밀 구동기술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회사.

"최고의 품질"을 기업이념으로 삼고 있으며 해상도 1천2백만화소의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하는 등 신사업을 위한 연구개발에도 한창이다.

"올해부터 3년동안 연구개발에만 3천5백만마르크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한국 창원에도 개발실이 있고 일본에는 하마마쓰를 비롯해 3곳이나
연구거점을 마련해놓았죠"

롤라이는 삼성그룹의 지원아래 최근 적극적인 연구개발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엔 독일 항공우주연구소와 공동으로 공장내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챠스사장은 8년간 롤라이 싱가폴지사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아시아팬.

아시아의 문화를 좋아하며 그중에서도 특히 아시아 음식에 매료됐다고.

한국 음식중에는 김치와 불고기를 좋아한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