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대형 비즈니스빌딩내 음식점이 사라지고 있다.

건축사무소업계와 빌딩관리자들은 24일 최첨단 인텔리전트빌딩일수록
음식점 임대를 기피하거나 기존 음식점을 내보내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냄새와 쓰레기로 인해 환경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막는 것 외에 음식쓰레기에 몰려드는 쥐들이 첨단시설인 컴퓨터통신망
등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게 음식점 임대를 기피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증권은 내년 5월 서울 여의도에 들어설 인텔리전트빌딩 사옥
안에 당초 직원식당을 두려던 계획을 최근 취소했다.

음식쓰레기 때문에 들끓게될 쥐 바퀴벌레 등이 근거리통신망(LAN)
등 각종 통신 회선을 갉아버릴 걱정 때문.

삼성그룹이 삼성본관 삼성생명빌딩 지하에 아케이드를 없애고
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있는 것도 입주해 있는 음식점으로 인해 빌딩
전체가 항상 소란스럽고 지저분한 것이 한 이유였다고 삼성관계자들이
밝혔다.

예종합건축사무소의 박영서과장(35)은 "기존 빌딩은 물론 신축
빌딩의 경우도 음식점은 기피 시설이 되고있다"며 "최근 인텔리전트
빌딩 건축시 음식점 사용을 철저히 배제한 건축설계가 유행하고 있다"
고 말했다.

기업보안이나 감량경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빌딩내 음식점을
없애는 경우도 있다.

A그룹의 경우는 직원들의 근무강도를 높이기 위해 간이 음식점이나
양품점들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A그룹관계자는 "근무시간에 직원 등이 다방이나 빵가게 옷가게에
드나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위해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기업보안이 중요시되는 시점인 만큼 보안차원에서 음식점을 없애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음식점에 들락거리는 사람들까지 관리하기가 어려워
교대역 근처 11층짜리 서초프라자빌딩에 입주하면서 빌딩내 음식점을
모두 없애버렸다.

도심빌딩에 음식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H그룹 관계자는 "구내식당
외에 일반음식점이 필요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 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