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경 = 김영근 특파원 ]

이양호 전 국방장관 뇌물수뢰혐의 사건을 폭로하고 북경에 머물고 있는
권병호(54)씨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이전장관이 대우측으로부터 13억원을
받은것이 확실한데도 자신과 분배하지 않은데다 인간적인 배신감에서
수뢰사실을 국민회의측에 폭록했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애초 대우중공업측과 경전투헬기사업의 커미션으로 20억원을
받아 이전장관과 절반씩 나누기로 했으나 대우측이 선수금조로 준
3억원을 반반씩 분배한 후 자신이 배제됐으며 이전장관측으로부터
"우리는 조직이 있다"는 등의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3억원은 지난해 3월20일 대우중공업 정호신전무가 동부 이촌동
빌라맨숀 자택으로 찾아와 상업은행에서 인출한 현금을 주고 갔으며,
1억5천만원을 가방에 담아 15일 후인 4월5일 서울 타워호텔 골프연습장에서
이전장관 승용차 크렁크에 넣어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이전장관이 노태우 전대통령 딸 소영씨에게 진급청탁졸 3천6백만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귀걸이 반지세트를 전달한 경우에 대해서는
이전장관이 준 3천6백만원에 자신의 부인이 갖고있던 다이아반지와
수백만원을 보태 보석을 구입, 이전장관부인과 자신의 부인이 워커힐
호텔에서 소영씨에게 직접 전달했으나 지난해 12월 노전대통령이 구속된후
돌려받아 이전장관에게 되돌려줬다고 밝혔다.

또 이전장관이 써준 메모는 자신과의 약속을 계속 어겨온 것에 죄책감을
느껴 자기 앞에서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씨는 자신이 대우중공업 정효신전무와 나눈 대화의 녹음테이프를
자신의 회사 직원들에게 맡겼으나 이들이 이전장관에게 매수돼 오히려
자신을 희생양으로 만들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이전장관과는 지난 92년 6월 친구의 소개로 태릉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 알게됐으며 소영씨와는 80년초 LA에 영어연수를 와 며칠간
자신의 집에 머물면서 친분관계를 맺어 노전대통령 가족과 가깝게
지내왔다고 말했다.

권씨는 22일 한국에 돌아가 검찰에 출두, 사실을 밝히려 했으나 부인이
심장병을 앓고 있고 주위에서 말려 며칠간 중국에 머물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