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및 5.18사건 항소심 첫공판이 열린 7일 서울고법 417호 대법정은
1심 재판때와는 달리 분위기가 상당히 누그러졌으며 피고인들도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노태우씨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1심재판때와 같이 대부분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에 섰다.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1차공판은 당초 예정시각보다 빠른 이날
오전 9시 53분께 권성부장판사 등 담당재판부가 입정하면서 시작.

권부장판사는 "시간이 다소 빠르나 재판준비가 끝났기 때문에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1차공판을 개정합니다"며 개정을 선언한 후 1심 재판때와는
달리 사건번호와 피고인을 일일이 호명하지 않은 채 피고인 입정순서가 적힌
서류를 법원직원에 전달.

이에 따라 법원직원은 피고인 출입문쪽으로 나가 서류에 적힌 입정순서에
따라 전두환.노태우 순으로 피고인들이 차례로 입정.

<>.푸른색 수의에 흰색 내의를 받쳐 입은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선
전피고인은 다소 미소를 머금은 담담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서서 재판부에
목례를 올렸으며 권부장판사는 오른손을 내밀며 "자리에 앉으십시오"라고
고지.

이어 입정한 노피고인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서서 변호인석에
먼저 목례를 한 후 검사석을 항해서도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신장결석을 앓고 있어서인지 수척한 모습.

1심 재판에서 법정구속된 차규헌 피고인은 수형 생활로 얼굴이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처음 수의를 입고 입정.

이에 비해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돼 불구속 상태에서 이날 법정에
입정한 박준병 피고인은 쥐색 양복차림으로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나머지
피고인들은 1심 재판때와 같이 담담한 표정으로 입정.

<>.1심 재판후 42일만 열린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1차 공판은 일반
방청권 80장이 모두 배부됐지만 방청권을 얻기 위해 2~3일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던 1심 재판때와는 달리 방청권이 남아 도는 등 열기가 수그러진 모습.

서울고법 형사과 관계자는 "통상 1심 재판때는 이틀전부터 철야 줄서기를
하는 바람에 대부분 공판 전날 일반 방청권이 매진됐었는데 오늘은 방청
희망자가 정족수인 80명도 채 안돼 10장이나 남았다"고 설명.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박준병피고인은 7일 오전 9시께 서울고법 417호
법정에 들어가던 중 2층 검색대 앞에서 촬영 기자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해주기도.

박피고인은 소감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1심 재판부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며, 2심에서도 최선을 다해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며 결연한
(?) 의지를 피력.

박피고인은 "출소 직후 건강검진을 해본 결과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으며, 요즘 음식맛이 좋아 살이 좀 쪘다"면서 "요즘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그동안 도와줬던 분들을 만나고 있으나 전.노피고인에 대해서는
접견 자격이 되지 않아 면회가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이날 공판이 열린 417호 대법정에는 개정 한시간전부터 박종규피고인을
시작으로 불구속피고인과 변호사들이 줄이어 입정.

그러나 전두환.노태우피고인측 가족은 좋지 않은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이날도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피고인과 변호인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답변을 회피한 채 입정했으며, 이희성 피고인측 서익원 변호사는
"(항소심에서)정정당당히 대결하겠다"며 자신감을 표명.

< 한은구.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