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 김희영.김남국기자 ]

무장공비 잠수함 함장 정용구(42.중좌)가 지난 22일새벽 6시40분께
칠성산에서 사살된후 만 이틀이 넘도록 잔당 5명의 징후는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물론 군수색대는 22일 밤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영동화력발전소
부근과 23일 새벽 6시40분께 강동면 언별리 칠성산에서의 교전에 이어 밤
10시30분께도 수류탄이 터지고 수십발의 총성이 이어졌으나 교전이었는지
위협사격이었는지 확실하지 않다.

23일이 고비라며 조기소탕을 기대했던 군수색대의 의지와는 달리 무장공비
수색작전은 장기화의 다리를 건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군수색대는 잔당 5명 모두가 1차 차단선 끝인 칠성산 부근에 있다고 보고
병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으나 포위망에 걸려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무장공비 잔당 5명 가운데 현재까지 포위망안에서 확인(?)된 잔당은
지난 23일 새벽 1시께 칠성산에서 사살된 전투원 김윤호(36)와 함께
도주하다가 M16소총과 비상식량을 챙겨 달아났을 것으로 보이는 동료 1명
뿐이다.

주간에는 "저인망식"수색이 계속되고 야간에는 "거미줄식"매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잔당 5명이 전혀 걸려들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들이 이미 작전
지역을 벗어났다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반증이다.

군수색대의 판단처럼 이들 모두가 포위망안에 꼭꼭 숨어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이들의 행적을 고려해 추측해
보면 이같은 확률은 낮다.

무장공비들은 지난 18일 안인진리 해안 침투이후 청학산→단경골→칠성산
등으로 은닉보다는 필사의 도주를 계속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의 탈출은 무작정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목표, 즉
백두대간루트를 이용한 "북으로의 귀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비상식량을 갖고 산속 비밀아지트속에서 군수색대의 포위망이 허술해질
때까지 장기간 잠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점쳐지고 있지만
이것도 추위와 허기에 지쳐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길 바라는 군수색대의
기대에 불과한 관측이다.

칠성산에서 최후를 맞은 잠수함 함장 정의 소지식량이 약탈한 옥수수가
전부였다는 사실은 계급이 낮은 잠수함 부함장 유림(38.소좌)과 전투원
이철진(28.소위), 김영일(30.상위) 등의 보급상태가 이보다 더욱 나쁠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신원미상의 정찰조 2명은 비상식량을 충분히 갖고 있을지는 모르나
이들의 식량도 1주일 이상 버틸 수 있는 양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다.

게다가 민가에서는 식량이나 농작물을 약탈당했다는 주민 신고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이같은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면 잔당 5명 가운데 적어도 3명 이상은
군수색대 포위망을 뚫고 달아났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찰조 2명은 처음부터 승조원 등과 동행월북을 시도하지 않고
계획대로 시가지 등으로 잠입, 숨어있다가 임무를 완수한 후 그동안 해온
것처럼 교체 정찰조를 태우고 침투할 잠수함을 타고 귀환할 가능성도 있다.

군수색대도 무장공비 잔당의 이같은 다양한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 수색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작전지역을 지금보다 확대할 경우 추가병력 투입 등 난제가
많고 병력규모에 관계없이 작전지역이 확대되면 될 수록 잔당을 찾아낼
확률이 떨어져 장기 수색전이란 수렁 깊숙히 빠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걱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무장공비 완전 소탕 확률이 떨어지는 현실속에서 주민 불편
가중이라는 부담을 안고 작전지역을 확대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