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내용과 환경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았더라도 평소
갖고 있던 병을 더욱 악화시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다면 이를 공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3부 (주심 지창권대법관)는 9일 여고 미술교사로 재직하다
지난 94년 호흡부전증으로 사망한 양모씨 (당시 49)의 유족들이 공무원
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금지급청구 부결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질병의 악화요인을 고려치 않은 1심에 오류가 있다"며
원고패소판결을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업시간이나 근무 환경이 양씨의 지병인
기관지천식을 유발시킨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사망을 전후로 체력을
감당치 못할 정도의 업무가 발생, 이를 처리하다 기관지 천식이 더욱
악화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직무의 과중이 병의 진행속도를 악화시킨
경우도 과로에 의한 공무상 질병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공무상 질병을 판정함에 있어 평균인의 신체조건을
기준으로해서는 안되며 해당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씨 유족들은 지난 94년 11월 강원도 홍천군 K여자고등학교 미술교사인
양씨가 전시회 등 학교행사를 준비하던중 평소 앓고 있던 기관지천식이
급격히 악화돼 호흡부전으로 사망하자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양씨의
업무가 다른 동료교사에 비해 과중한 것이 아니고 근무환경도 천식을
유발시킨것으로 볼 수 없다"며 패소판결을 받았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0일자).